- 축구·야구·농구 등 인기 스포츠 OTT 온라인 독점 중계 시대…보편적 시청권 논란
- 국산 OTT 경쟁력 강화 계기 됐으나, 사회적 약자·청년에게는 구독료 부담
- 국민 모두가 누려야 할 '공공재'로서 성격 고려해, 합리적 접점 찾아야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광진구갑)이 26일 국내 OTT의 온라인 스포츠 독점 중계 문제를 지적했다. 이 의원은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 보장'과 '국내 OTT 경쟁력 강화' 사이 합리적 접점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근 '1천만 관중 시대'를 앞둔 프로야구(KBO)의 인기를 언급하며 국내 OTT의 스포츠 온라인 독점 중계 문제를 방통위에 질의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국내 3대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프로축구·프로농구 리그 경기의 온라인 중계 모두가 OTT 독점으로 이뤄진다. 현재 프로야구는 '티빙', 프로축구는 '쿠팡플레이'에 가입해 구독료를 지불해야 시청할 수 있다. 프로농구 또한 최근 티빙이 중계권을 확보했다.
여기에는 넷플릭스 등 해외 OTT에 맞서 고심하던 국내 OTT들이 최근 '스포츠 강화 전략'에 나서며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 이 의원이 밝힌 '티빙, 쿠팡플레이 스포츠 중계권 보유 현황(2024년 상반기 기준)'에 따르면 국내 프로리그 뿐만 아니라 손흥민, 김민재 등 해외파 선수들이 뛰는 유럽 주요 프로축구 리그 경기,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주관하는 아시안컵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도 해당 OTT에서 독점 중계된다.
이 같은 국내 OTT의 온라인 독점 중계는 '보편적 시청권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방송법은 제76조에 따라 국민적 관심사인 스포츠 경기를 누구나 차별없이 시청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한다. 그런데 올림픽·월드컵을 넘어 프로 스포츠 영역까지 국민들의 시청 수요가 높아지고, 기존 TV에서 모바일을 통한 온라인 시청이 일반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에 맞춰 보편적 시청권 개념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매월 고정된 OTT 구독료를 내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 청년층에게 스포츠 시청 접근권이 제한될 수 있다. 이 의원에 따르면 두 OTT의 현행 요금제에선 해당 OTT 내 다른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고 스포츠 중계 구독자들만을 위한 별도 요금제도 마련돼있지 않다. 이에 스포츠의 공공재적 성격을 고려하면, 드라마·영화 등 여타 콘텐츠와 스포츠 콘텐츠를 동등하게 보는 것이 맞느냐는 논쟁이 제기된다. 특히 과거 네이버 등 포털이 온라인 중계권을 확보했던 시절엔 국민 누구나 무료 시청이 가능했다.
이 의원은 중계권 문제가 시장이 결정할 사안이며, 국가의 과도한 개입은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국민 공공복리와 직결되는 스포츠 고유의 다층적 성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스포츠 유료 중계가 당연시돼있으나, 호주나 독일, 프랑스처럼 스포츠를 '공공재'로 보고 보편적 시청권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나라도 있다.
이에 이 의원은 현재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맞게 보편적 시청권 관련 정책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편적 시청권이 2007년에 방송법 개정안에 담겼으나 2017년 전의 기준으로 2024년 OTT 시대에 대응할 수 없다는 논리다.
그는 “OTT가 온라인 중계권을 독점하더라도 지상파, 유료방송 등에 중계권을 재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설계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독점 중계권 확보를 위한 출혈경쟁을 줄이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일본이 NHK를 중심으로 합리적 중계권 협의체인 '재팬컨소시엄(JC)'을 운영하는 점을 사례로 들며 “다음 올림픽부터 당장 지상파에서 볼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이제 우리나라도 방송사들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중계권의 합리적 배분을 논의할 국가적 논의의 틀을 만들 때”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스포츠는 힘든 삶에 지친 국민들에게 큰 행복을 드릴 수 있는 소중한 공공재”라며 “OTT와 유료방송 시대, 국민의 권리를 지키면서도 국내 OTT의 경쟁력도 늘리는 신중하고 합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태규 방통위 부위원장(위원장 직무대행)은 “관련 지식이 없다. 문제 의식을 갖고 공감한다”라고 답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