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호조에도 급감한 설비투자…“반도체 경기 개선 시 GDP 0.1%P 증가”

환율 변동 및 美 대선 영향 등 불확실성 증대로 투자 지연 길어져
“점유율 확대보다 수익성 중시, 투자 속도 조절 영향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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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2024년 경제전망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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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호조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정작 기업 설비투자가 늘지 않고 있다. 하반기 전망도 연초 기대 대비 크게 줄었다. 환율 급등락 등 불안정한 경제상황으로 주요 기업의 투자가 지연되고 있어서다. 향후 반도체 경기 개선 폭 확대 여부가 한국경제의 성장 경로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때 보다 클 전망이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8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하반기 설비투자 증가율을 2.8%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5월 전망한 5.7% 증가율 대비 절반 이상 낮은 수치다. 연간 설비투자 증가율도 덩달아 3.5%에서 0.2%로 조정하면서 신규 투자에 대한 기대를 크게 낮췄다. 대신 내년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은 종전의 3.9%에서 4.3%로 상향 조정했다.

앞서 KDI도 하반기 설비투자 증가에 대한 기대를 크게 낮췄다. 기존 전망치인 2.2%보다 크게 낮은 0.4%로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을 대폭 하향 조정했다. 대신 내년도 전망은 3.2%로 0.1%포인트(P) 상향하는데 그쳤다.

올해 상반기 주요 기업들이 당초 계획했던 투자 집행을 미룬데 따른 결과다. 실제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당초 1.2%의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2.3%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한은은 올해 국내 주요 기업의 설비투자가 늦어지는 이유를 과거와는 다른 IT 경쟁 환경에 따른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과거 IT 경기 상승기와는 달리 주요 반도체 기업이 점유율 확대보다는 수익성을 중시하면서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불안정한 환율도 기업들이 섣불리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설비투자의 특성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1390원에 이를 수준으로 높은 수준을 보인 뒤 최근 들어서야 1330원선을 오가기 시작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 대선 등 각종 이벤트로 인해 외환시장은 여전히 변동성에 크게 노출된 상황이다. 불확실한 시장 상황 속에 섣불리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환경이다.

지연되는 설비투자에도 불구하고 한은에서는 인공지능(AI) 침투 확산에 따른 반도체 경기 개선세 확대가 한국경제의 추가 성장을 촉발할 핵심 요인으로 꼽고 있다.

기업의 영업이익이 증가하면서 현재 지연되고 있는 설비투자가 더욱 빨라지는 것은 물론 관련 기업의 특별 급여 지급 확대로 인해 소비 환경역시 제고될 것이란 관측이다.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인해 D램 가격 상승률이 더욱 높아지는 등 우호적 환경이 주어질 경우 한국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도 기존 전망 대비 각각 0.1%P, 0.2%P 상승할 것으로 대안 시나리오를 내놓기도 했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 분야 주요 기업이 수익성을 고려해 설비투자를 늦춘 것은 물론 당초 예정됐던 항공기 도입 지연 등이 겹치면서 설비투자가 크게 줄었다”면서 “7월 통관 지표상 설비투자를 위한 자본재 수입도 크게 늘어난 만큼 하반기 중으로 반등이 일어날 전망”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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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경제전망 추이 (자료:한국은행) - (단위:%)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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