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글로컬대학을 찾아서⑧최재원 부산대 총장 “교육형 실리콘밸리로 미래교육도시 모델 구상…차량용 반도체 분야 등 고유 영역 확보”

유일한 유·초·중·고등·특수교육 종합교원양성체제 구축
인성교육·다양성·공익 가치관 확립하는 교육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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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원 부산대 총장은 인터뷰에서 '부산대 고유의 교육과 연구를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부산대)

부산교대와 통합을 앞둔 부산대의 글로컬대학 비전은 '에듀 트라이앵글이 만드는 새로운 미래교육도시'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디지털 캠퍼스, 교육특화 캠퍼스라는 하드웨어에 국내 유일 유·초·중·고등·특수교육까지 교육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종합교원양성체제'를 소프트웨어로 담아 미래교육의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청사진이다.

5월 취임 후 3개월 동안은 최재원 총장에게 그간 부산대가 지역 거점국립대로서 역할을 다 했는지 돌아본 시간이었다. 부산대는 부산교대와 통합을 시작으로 학문의 벽 허물기, 대학과 산업·연구 분야 간 벽 허물기 등을 예고했다. 경계가 사라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변화의 몸부림이다.

최 총장은 인터뷰 내내 '부산대인(人) 다운 냄새'를 강조했다. 부산대만이 가진 강점을 최대치로 발휘해 특성화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의미다. 고유한 연구분야를 육성하고 창출하는 동시에 인성과 지성을 갖춘 차별화된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최 총장의 의지가 담겨있다.

-취임 3개월이 지났다. 소회가 어떤가.

▲7월 조직 개편을 시행했고 대외적으로는 부산대와 유기적으로 협력해 나갈 대학과 기관을 방문했다. 6월 말에는 뉴질랜드 오클랜드대에서 열린 '환태평양대학협회(APRU) 총장연례회의'에 참가했다. 한국에서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포스텍, KAIST, 그리고 부산대 6개 대학만 참여하는 회의다. 유수 해외 명문대와 교류 활성화를 통해 부산대의 국제화, 세계화 길이 새로 열릴 것이란 기대감을 안고 돌아왔다. 78년 역사를 가진 한국 최초 국립대인 부산대 총장으로서 책임감과 27만 국내외 동문, 지역사회의 기대에 부담감을 체감하는 3개월이었다.

-부산교대와 통합으로 글로컬대학에 선정됐다. 선정 요인은.

▲1도 1국립대와 대학 특성별 전략적 접근에서 사범대를 가진 종합대학과 교육대학의 통합 모델을 제시했다는 측면이 좋은 점수를 받지 않았나 한다. 또한 에듀테크 산업의 거점을 키울 '에듀 트라이앵글'이 핵심이 새로운 미래교육도시라는 비전도 차별화를 보여줬다. 부산대-부산교대 통합은 유아부터 특수교육까지 다루는 종합교원양성체제를 의미한다. 종합대학에서 초등교사를 길러내는 방향을 실현하고, 학령인구 감소 속 전국 10개 교육대학의 전망에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고 본다.

-에듀 트라이앵글과 미래교육도시의 구체적인 계획은.

▲이 비전은 3가지 전략목표 아래 9개 전략과제와 27개 구체적인 실행과제로 구성돼 있다. 일종의 교육 버전의 실리콘밸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부산대 멀티캠퍼스와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명지신도시, 센텀2지구 도시첨단산업단지 등 부산의 미래형 신도시와 연계한다.

우선 통한을 통해 교원의 인공지능(AI), 디지털 역량 강화에 나선다. 에듀테크 산업을 연계해 현 부산교대 캠퍼스를 교육특화캠퍼스로 구축할 계획이다. 부산대만의 새로운 융합교육시스템이자 학생이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유연한 교육과정인 '펜토미노 교육시스템'도 도입한다. 에듀테크 산업을 비롯해 지역산업 R&D 센터와 부산연구원 등 부산시 싱크탱크 기관을 유치해 동남권 미래 산업을 선도할 산학연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부산대의 강점인 의생명분야에 공학교육을 접목한 '양산 의생명 특화 캠퍼스'를 조성한다. 부산대 양산캠퍼스, 부산대 병원, 부산시 에코델타 스마트시티와 연계된 부산대형 PNU-RTP(Research Triangle Park)를 기반으로 의생명 교육과 연구시스템을 지역에 적용한다. 라이프케어 서비스 모델을 개발해 교육뿐 아니라 부산대가 의생명 바이오 산업을 선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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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의 벽 허물기 전략은.

▲가장 중요한 벽 허물기는 부산대와 부산교대의 성공적인 통합이다. 양 대학은 4월 통합신청서를 교육부에 제출했고 후속으로 통합에 따른 주요 내용을 협의 중이다. 양 대학 간 통합 세부사항 마련을 위한 정례회의 운영, 본부진 간 정례 교류회를 추진한다. 내부적으로는 학문간 벽 허물기를 시도한다. 공대·정의대·나노대 3개 단과대에 유형2 무전공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학부대학(가칭)을 신설해 1유형의 무전공 자율전공학부와와 외국인 전용 글로벌자율전공학부를 만들어 통합 운영할 예정이다.

대학과 산업·연구 분야와도 벽 허물기에 나선다. 반도체 특성화대학 사업에서 반도체 업체 사내교육 학점화 활용 확대, 산업체 R&D 센터, 국책연구소 분원, 부산시 싱크탱크 기관 캠퍼스 내 유치 등 교류 활성화를 추진한다.

-'부산대인(人) 다운 냄새'는 구체적으로 뭔가.

▲부산대가 1등 할 수 있는 분야를 육성하자는 것이다. 남이 하는 것을 따라가면 만년 2등밖에 할 수 없다. 부산대는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 강점이 있다. 부산이 지난해 반도체 관련 900억원 규모 사업을 유치했다. 현대모비스, 현대자동차 등 지역에 자동차 부품업체가 175개, 매출은 25조원, 종사자만 4만여 명이다. 정부에서 권역별 특화 분야를 구분했을 때 부산은 차량용 반도체를 특화 분야로 선정했다. 부산은 지정학적으로 바다를 끼고 있다. 부산대는 위치적 강점을 통해 기후, 농수산 자원 생산과 가공 등 관련 연구 역량을 세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국가는 물론 세계적으로 이공계 중요성 높아지지만, 인재 이탈 우려도 크다. 이공계 인재양성 필요성과 육성 방안은.

▲챗GPT 등 인공지능 대전환(AX) 시대를 맞아 글로벌 경제·기술 패권을 위한 국가 간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우수한 이공계 인재의 대거 이탈은 향후 세계 전략산업 주도권 경쟁에서 뒤처져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그렇다고 특정 분야에만 인재가 집중되는 것도 사회의 다양성 위축, 고른 발전과 혁신을 저해한다는 측면에도 올바른 현상은 아니다. 현재 사회에서 나오는 의대 쏠림 현상, 의대 내에서도 특정 분야 쏠림 현상은 본질적으로 유사한 가치관의 문제라고 본다.

이공계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가치를 존중해주는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 이공계 인재를 우대하는 제도도 필요하다. 병역특례 확대, 라이센스 연계 방안 등도 고려해야 한다. 대학은 이공계 인재 양성을 위한 인프라와 시스템 구축, 융합교육, 지역특화산업과의 연계교육에 나서야 한다. 부산대도 주변 인프라를 기반으로 이공계 학생들이 안정적인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R&D 연구소 유치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대학의 위기 상황에서 부산대의 방안은.

▲개인의 삶에서 '마이웨이(My Way)'가 중요하다. 자신만의 고유한 잠재력과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도 부산대만의 길이 중요하다. 부산대는 오랜 전통과 축적된 역량, 부산대가 쌓아온 고유한 학문적 자산을 활용해 부산대만의 길을 걷고자 한다. 부산대 고유의 세계적 연구 분야를 개척해 지역에 우수기업이 찾아오고 고급 일자리가 만들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대학은 기부 문화를 확산해 발전기금을 확대하고 정부 보조금, 지자체 지원금을 적극 유치할 계획이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강화해 대체 수익원을 확보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외국인 전용 글로벌 자율전공 학부는 취·창업 활성화를 통해 외국인 유학생이 지역에 정주할 수 있도록 구성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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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최재원 부산대 총장. (사진=부산대)

-대학의 혁신 동력으로 산학협력, 창업이 주목받는다. 부산대의 산학협력, 창업 현황은.

▲최근 발표된 THE 세계대학평가에서 부산대는 산업·혁신·인프라 부문에서 세계 52위를 차지했다. 지역전략산업 분야 R&BD(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 선도연구자와 함께 산학협력단이 '지산학 협력 거점 플랫폼'이 돼 유기적으로 지원을 잘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산학협력단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부산대 기술지주는 최근 3년 기술 이전 건수가 303건, 수입료는 약 67억원 정도다. 대학 창업펀드는 222억원을 운용하고 있고, 전국 최초 기술사업화 수익금으로 완공된 기술창업인프라 'PNU-AVEC'도 운영 중이다. 장전, 양산, 밀양 캠퍼스에는 91실의 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방식의 창업을 지원한다.

-내년부터 라이즈로 전환된다. 글로컬대학과 라이즈 체계에서 부산대의 계획은.

▲교육·연구·인프라 부분에서 부산대의 역할을 강화하겠다. 교육은 공유성을, 연구는 탁월성을, 인프라는 개방성을 가져야 한다. 공유적 측면에서 교육은 나눌수록 좋다. 현재 시행하는 지자체-대학 협력 기반 지역혁신사업(RIS)을 통해 15개 공유대학이 플랫폼을 활용하고 확대시켜 나갈 것이다. 부산대는 이미 부산공유대학(BITS) 운영 등 지역대학 협업 사업에서 풍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연구 탁월성을 바탕으로 부산대의 신산업을 선도하겠다. 부산시 9대 전략산업과 5대 미래신산업 분야를 부산대 10대 연구 분야 육성계획 및 관련 학과와 매칭할 것이다. 대학의 특성화 계획 전반을 고도화해 시너지를 내려한다. 반도체공동연구소 시설과 장비, 가상실험플랫폼, 메이커스페이스 등 인프라 개방성도 확대한다. 공유대학처럼 공유 실험실을 만드는 것이다. 체급이 작은 대학도 같이 연구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

-향후 포부와 글로컬대학의 방향은.

▲바른 인성과 창조적 지성을 겸비한 마이웨이 인재를 양성하겠다. 탁월성·대표성·다양성에 기반한 고유 분야에서의 연구를 주도하겠다.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이라는 비전과 연계한 지산학연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다. 부산대는 대학 교육의 본질인 인성과 지성을 회복하고, 학생 개인의 고유한 재능의 소중함을 일깨워 차별화된 건강한 교육과 연구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거점국립대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

◆최재원 부산대 총장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를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제어계측공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1996년 부산대 교수로 부임해 기획처장과 공과대학장을 거쳤다. 제어로봇시스템학회 회장, 전국국공립공대학장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5월 제22대 부산대 총장에 취임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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