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의 작은 에피소드는 우리 사회의 복잡성과 모순을 여실히 드러낸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는 순간 급히 뛰어드는 사람, 닫히려는 문을 억지로 열고 들어오는 또 다른 사람. 이들은 주변 사람들의 불편함이나 짜증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들, 즉 우리들은 아무런 반응 없이 그들을 받아들인다. 그들의 급함을 이해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냥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서일까?
엘리베이터 안에서 우리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속으로는 불편한 감정이 쌓인다. 그러다 익명의 공간이나 가까운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그 감정을 쏟아낸다. 이러한 행동은 어찌 보면 현대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일상적인 반응이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공적' 얼굴과 '사적' 얼굴을 갖고 있으며, 이 두 얼굴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살아간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불편함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공적' 얼굴을 유지하기 위함이며, 그 후 단톡방에서 감정을 쏟아내는 것은 '사적' 얼굴을 통한 해소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이중적인 생활 방식에 지쳐가고 있지는 않을까? 더 이상 솔직한 표현이 아닌,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가는 것이 당연해진 사회에서, 우리는 점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피로감 속에서 우리는 솔직하다고 칭송받는 사람들, 막말을 일삼는 사람들을 용인하게 된다. 사회는 어느 순간부터 솔직한 말과 막말의 경계를 흐리기 시작했다.
외도를 한 배우자가 간통죄가 없어졌다고 변호사에게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위자료 주는 것을 억울해 한다. 공공장소에서 목줄 없이 반려 동물을 뛰어 다니게 하는 견주에게 목줄을 하라고 하면, 아이들도 뛰어 다니는데 왜 내 반려 동물은 뛰어 다니면 안 되냐고 하기도 한다. 나의 아이가 학교에서 속상한 일이 있었다고 반 전체를 '학폭위'에 신고하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가지고 선생님이 계시지 않는 교실에 와서 모든 학생들에게 너희들은 '가해자'라고 몰아가는 부모의 행동은 무책임의 극치다. 학교 공동체 전체에 해를 끼친다는 사실을 알까? 직장에서는 나는 일을 잘하는데 옆에 있는 사람이 일을 못해서 지금 내가 일을 못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타인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려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솔직함이라는 비명 아래 진심으로 헛소리를 늘어놓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졌고, 이들을 솔직한 사람이라고 사회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솔직하게 엉망으로 얘기하고, 진심으로 헛소리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중들은 그 이야기가 진실인지 중요하지 않다. 상황에 맞게 진정성 있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쫓아다니고 있다.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러한 목소리에 재미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내용이 자극적이고 상황에 맞아떨어지기만 하면, 우리는 그들을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사람으로 받아들인다.
사회가 변해 가고 있는 것일까? 과거 사회는 우리에게 다양한 가면을 쓰고 사회적 요구에 맞춰 행동하길 원했고, 때로는 그 요구가 우리의 진정한 감정과는 어긋날 때도 있었다. 어느 정도 자신을 가리고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고 살아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진짜 솔직함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고, 타인을 배려하면서도 자신의 진심을 전달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는 진심으로 헛소리를 늘어놓는 사람이 주목받는 세상이고, 이를 개인주의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우리는 진정한 솔직함과 진실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이 순간, 우리 각자가 쓰고 있는 가면이 무엇인지, 그 가면 아래 숨겨진 진짜 얼굴이 무엇인지 말이다.
중요한 것은, 사실과 솔직함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솔직함을 진정성 있게 표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함성룡 전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C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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