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철진 재료연 원장 “글로벌 소재 연구 방향성 제시하는 '오픈 플랫폼' 되겠다”

재료 연구개발·정책제안 허브 기관 도약
국가 기간소재 연구기관 입지 확보 주력
신기술 분야 도전기술 적극 발굴해 개발
진해 첨단소재 실증연구단지 10월 준공
글로벌 기관과 연구·인력 협력체계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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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진 한국재료연구원 제7대 원장.

“우리나라 재료 개발 중추 기관으로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소재 연구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오픈 플랫폼'이 되겠습니다.”

최철진 한국재료연구원(KIMS) 원장은 “전통 제조업에서 소재는 부속품 정도로 생각됐지만 첨단 산업에서는 소재가 전체 제품의 성능을 좌우한다”면서 “모든 국민이 소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KIMS가 재료 연구와 정책 제안의 허브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KIMS는 오는 10월 진해 제2캠퍼스에 첨단전략소재 개발과 실증의 초석이 될 '첨단소재실증연구단지' 준공을 앞두고 있다. 나아가 항공우주, 수소산업 등 미래산업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전략 소재인 '극한소재' 기술력 확보를 위한 '극한소재 실증연구 기반 조성사업'에도 착수했다.

최 원장은 “일본 수출규제 이후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많은 수혜를 입었지만 여전히 대외 의존도가 높은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투자가 꼭 필요하다”면서 “KIMS의 인프라와 경험을 도약대 삼아 전 세계가 주목하는 소재 연구 성과가 꼭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취임 4개월 차를 맞은 최 원장을 KIMS 본원에서 만났다.

-30년간 KIMS에서 연구에 전념해오다 원장으로 취임했는데 소회는.

▲기쁨보다 긴장이 앞서고 앞으로 연구원을 더욱 경쟁력 있는 기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무거운 책무를 느껴 어깨가 무겁다. 이제 기술 개발은 산업 발전 관점보다 국가 생존 관점으로 격변하는 시기다. 특히 소재는 기계나 장비 부품 일부분이 아닌 반도체나 이차전지, 항공우주, 에너지, 환경 등 첨단 미래 산업 핵심으로 인식되고 있어 글로벌 경쟁이 어느 분야보다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정부 출연연이자 국내 재료개발의 중추 기관으로서 한국재료연구원의 역할이 매우 크다.

-취임사에서 국내 재료연구 개발 허브기관인 머티리얼스 오픈 플랫폼(MOP)을 선언했다. MOP의 구체적인 역할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복안은.

▲MOP로서의 역할은 국가 소재 분야 연구개발 전략을 면밀하게 수립해 항공우주, 원자력, 방위산업 등 소재부품 개발 국가 기간소재 연구기관으로서 자리를 확립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미래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나노에너지, 환경, 바이오 등 신기술 분야 도전 기술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개발하고자 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일본 물질재료연구기구(NIMS), 중국 금속연구소(IMR)와 같은 우수 글로벌 기관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국내 주요 기업 등과 연계해 명실상부 KIMS가 국내 재료 개발 중추 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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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원장은 국내 재료연구 개발 허브기관인 'MOP'로서 KIMS의 역할과 소임을 강조했다.

-일본 수출규제 당시 핵심 소재 국산화 노력이 이제야 결실을 보는 사례가 종종 보인다. 최근 국내 소재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꼽는다면.

▲지난해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된 'KIMS MgO(마그네시아) 방열 신소재 기술'을 소개하고 싶다. 마그네시아는 방열 성능이 우수하지만 제조가 어렵고 공기 중 수분과 반응해 방열 소재로 사용하지 못했다. KIMS 마그네시아는 저온에서 쉽게 제조할 수 있고 공기 중 수분과 반응하지 않아 전기차 화재 사고 예방을 위한 배터리 열 관리에 사용될 수 있다. 기존 알루미나와 가격은 유사하면서도 방열 성능이 2배 이상 우수하다. 일본 선도 기업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모든 문제점을 완벽하게 해결한 세계 유일의 소재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제2캠퍼스 구축 계획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

▲현재 첨단소재실증연구단지를 진해구 여좌동 일대에 조성하고 있다. 1단계 사업은 5년 전부터 시작해 그 결실로 올해 10월께 총 4개 연구동과 파워유닛스마트제조센터, 금속소재실증테스트베드 등 실험동 준공을 앞두고 있다. 2단계 사업으로 극한소재 실증연구 기반 조성에도 착수했다. 극한소재는 초고온, 극저온, 특정극한 등 극한환경에서도 우수한 특성을 발현하는 소재로 항공우주, 수소산업 등 미래 전략산업의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전략소재다. 2023년부터 6년간 총 3000억원을 투입, 2028년부터 연구시설의 실제 가동이 이뤄져 극한소재 기술 자립화의 초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재료연이 국가 수소 중점연구실 5대 분야 중 하나인 '음이온교환막 수전해' 분야 총괄주관 연구기관으로 지정됐다. 어떤 역할을 맡게 되나.

▲국가 수소 중점연구실은 국가 R&D 역량을 결집하고 기업과의 협력 강화를 위한 연구실 지정·운영을 통해 청정 수소 생산 기술 국산화 달성과 수소 생산 단가 경제성 확보를 목적으로 한다. 그 중 음이온 교환막 수전해는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차세대 수전해 기술로 2040년 글로벌 수소 시장에 대비해 차세대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KIMS는 국가 수소 R&D 및 사업화 플랫폼 구축을 통한 차세대 고효율 음이온 교환막 수전해 기술을 선도하기 위해 수소 소재 및 부품화 기술 개발, 기술 인프라 및 사업화 지원, 국제협력 연구 체계 구축, 기술 인증 및 표준화 기반 구축 관련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수소 외에 소형모듈형원전(SMR) 등 경남 주력산업 발전에도 앞장서고 있는데.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KIMS는 1993년부터 원자력공인검사 업무를 시작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공인검사에도 참여하는 등 현재도 활발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원자력 소재 및 제조 기술 관련 R&D와 기술지원도 수행 중이다. 최근에는 SMR용 고강도 구조소재 개발을 기획해 연구를 시작했고 혁신제조기술 개발에도 집중해 두산에너빌리티와 함께 분말-열간 등방가압성형(PM-HIP), 레이저 이용 표면합금처리(DLC) 기술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용기에 사용되는 중성자흡수재 국산화도 성공적으로 수행해 제조업체에 기술이전했고 처분용기 평가 및 제조기술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소재 허브기관으로서 경남뿐 아니라 국내 원전 소재 관련 산업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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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원장은 수소, SMR 등 국가 주력산업 발전을 위한 소재 연구의 중요성을 되짚었다.

-기업지원플랫폼 및 기술이전 현황과 성공적인 기업 지원사업 사례를 꼽는다면.

▲KIMS의 대표적인 기업 지원사업 사례로는 '종합서비스 기업지원사업'이 있다. 기업 수요 기반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KIMS 순수 자체예산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까지 4년 연속 지원하는 사업으로 매년 약 10억원의 예산을 15~20여개 기업에 대해 연구팀을 구성해 지원하고 있다.

애초 기업 주력 제품의 사업화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기업 신규매출 발생에 기여하고 이에 따른 연구원 기술료 수입 창출, 기업지원 예산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14개 기업을 선정해 지원했고 결과적으로 신규 매출 179억1000만원, 비용 절감 14억3000만원, 고용 창출 13명, 판로개척 4건 외 기술개발을 통한 지식재산권 등록으로 기업의 지속 성장 기반 강화에 이바지했다.

-연구 분야에서 국제협력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재료연에서 현재 추진하고 있는 해외 사업이나 계획은.

▲KIMS는 글로벌 소재 종합연구기관으로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연구기관으로 퀀텀 점프하기 위해 연구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한국이 2025년부터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 준회원국으로 프로그램 참여가 가능해짐에 따라 정부 기조에 맞게 KIMS도 글로벌 R&D 다자협력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나아가 자체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속 가능한 국제협력 기반 조성 사업'이 기관 공백 기술 해소는 물론 기획사업이 국제공동 R&D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효율성 확보를 통해 사업 고도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취임 때 약속한 연구원 조직체계 유연화와 평가시스템 혁신, 개방형 연구환경 구축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연구원 조직체계 유연화와 관련해 연구부문은 국가 소재경쟁력 제고와 미래 첨단소재 원천기술 확보, 소재 정책 수요에 주도적 역할 수행을 목적으로 임무 및 기능 중심의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행정조직도 대외환경 변화 대응과 전문성 제고를 위해 전체적으로 정비했다.

평가시스템 혁신의 경우 국가 소재 연구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해 연구 수월성 중심의 평가를 기반으로 스페셜리스트 육성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연구원 내부평가 제도 개편을 준비 중이다.

개방형 연구환경 구축을 위해서는 전략 핵심 소재 연구의 체계화, 국가 소재 정책기능 확대, 사회 공헌을 통한 기여를 위해 내부 연구사업 제도와 체계 개편을 추진하는 TF를 운영하고 있다.

-모든 국민이 소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감하게끔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마지막으로 국민께 한 말씀.

▲2020년 기술 수준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료 기술은 최고 기술 보유국인 미국 대비 기술 수준과 기술격차가 약 80.8%, 2.5년 정도로 평가됐다. 2018년과 비교해 기술 수준은 약 2.5% 포인트 향상되고 기술격차는 0.5년 단축됐다.

소재 분야 기술과 산업경쟁력 획득은 '선자독식'의 세계다. 앞으로 5년이 향후 50년을 좌우할 수 있다. 지금부터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세계 1등 기술에 대해서는 초격차 전략을 심화하고 기술경쟁력이 부족한 분야에서는 강점 역량을 바탕으로 산학연 파트너십을 더욱 견고히 보다 넓혀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KIMS가 그 중심 역할을 맡아 산학연 개방형 협업 협력 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 기술과 시설·장비, 지식·정보, 자금과 인력 등을 다양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국민 삶의 질 개선에 보탬이 되는 기관으로 자리하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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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진 한국재료연구원 제7대 원장.

〈최철진 원장은〉

1961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재료공학 석·박사를 받았다. 1986년 한국재료연구원에 입사해 나노분말재료그룹장, 나노기능분말연구그룹장, 분말·세라믹연구본부장 등을 수행했다. 지난 4월 22일자로 KIMS 제7대 원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3년이다. 대한금속재료학회 부회장,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 이사, 국가과학기술자문(심의)회의 기계·소재 전문분과 위원장직을 맡기도 했다. 2010년 산업기술연구회이사장상,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장관상, 2016년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창원=노동균기자 defros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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