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받은 것을 두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위반 가능성이 거론됐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8일 보도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RFA에 “북한 국가올림픽위원회(NOC)가 자국 선수단을 위해 (삼성) 전화기를 수령해 갔다”고 확인했다.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가 특별 제작한 '갤럭시 Z플립6' 파리올림픽에디션은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 전원에게 제공되고 있다. 출전 선수들이 선수촌 내 삼성 올림픽 체험관을 방문해 수령해가는 형식이다.
이 스마트폰은 금빛 바탕으로 뒷면에는 올림픽-패럴림픽 상징이 새겨져 있고 무제한 대중교통 이용, 음료수 자판기 사용 등 혜택이 내장돼 있다.
다만 NOC 관계자가 수령한 스마트폰이 실제 선수들에게 지급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RFA는 아직까지 북한 선수들이 삼성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포착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직간접적인 대북 공급·판매·이전이 금지하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97호에 저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는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성격의 제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대북제재 위반을 우려해 북한과 이란 선수들에게는 삼성 스마트폰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이후 IOC가 귀국 전 반납을 조건으로 북한 선수들에게 스마트폰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북한 측이 수령을 거부했다.
IOC는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는 “북한 국가올림픽위원회는 다른 국가올림픽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삼성) 전화기를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달리 이번에는 북한으로 삼성 스마트폰을 가져가도 된다는 뜻이다. RFA가 대북 제재 위반이 아니냐고 물은 질의에 IOC는 답하지 않았다.
한편, 전문가들은 NOC 관계자가 수령한 스마트폰이 북한 선수들이 아닌 김정은 일가에 전달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탈북민 출신의 이현승 글로벌평화재단 연구원은 “리설주라든가 김주애라든가, 그들은 분명 아이폰이나 삼성폰을 사용하고 싶은 욕구가 있을 것”이라며 “김씨 일가에서는 그래서 써볼 것 같다. (삼성 스마트폰이) 카메라 화질이나 이런 게 좋기 때문에 북한에서 생산하는 거랑은 아무래도 큰 기술적인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화성-18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지도하는 발사 참관장 책상 위에 갤럭시Z플립으로 추정되는 스마트폰이 놓여 있었다는 RFA는 전했다.
정은이 한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RFA에 “북한에서 가장 심하게 통제되는 제품이 한국 제품”이라며 “과거에도 북한 정권이 국제대회에 출전한 북한 선수들에 전달된 휴대전화를 압수한 경우가 있었다”고 밝혔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