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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요 고용 지표 추이

경기침체 공포가 커지면서 글로벌 자금이 발작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세계 주식시장에서 자금이 일제히 이탈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주말을 맞아 휴장한 가운데 아시아 증시는 초토화됐다.

미국의 7월 고용 시장이 기대 이하 결과가 나온 영향이다. 최근 12개월 저점 대비 직전 3개월 평균 실업률 평균치가 0.5%포인트(P) 이상 높으면 경기침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하는 '샴의법칙'에 맞아 들어가면서 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1960년대 이후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었다는 점에서 시장 우려는 확산일로다.

美, 고용시장 냉각에 경기침체 공포 급증…샴의 법칙 벗어날까

한국거래소는 5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했다. 국내 증시에서 올해 처음으로 발동된 일시 매매거래 정지 조치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발동 이후 4년만이다.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에 외국인 자금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쏟아지면서 국내 증시가 급락한 영향이다.

국내 증시는 이미 지난 2일 코스피 지수가 하루 만에 3.65% 빠지면서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급락했다. 전일 새벽 제롬 파월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뒤에도 미국 증시가 크게 하락한 영향을 받았다.

이후 2일(현지시각) 미국 증시 마감 후 공개된 고용보고서는 경기 침체 가능성에 더욱 불을 지폈다. 국내 증시 하락 폭은 지난 2일보다도 더 컸다. 미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7얼 미국의 비농업고용은 11만4000명 증가하는데 그치며 시장 예상치인 17만5000명을 크게 밑돌았다. 실업률도 4.3%로 전월 대비 0.2%P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7월 실업률 4.3%는 최근 12개월 저점 대비 직접 3개월 평균 실업률이 0.5% 이상 상승하면 경기침체에 해당한다는 샴의 법칙에 부합하는 지표다. 7월 실업률이 미국 노동시장 냉각을 뚜렷하게 시사하고 있는 만큼 경기침체 우려가 시장에 급증한 영향이다.

실업률과 함께 공개된 각종 지표 역시 경기침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선행지표 성격이 강한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6.8로 전월 대비 1.7P 떨어지면서 지난해 11월 이해 8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내 중소기업 다수가 고용 계획을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뉴욕 연준 역시 경기침체 가능성이 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변동성지수(VIX)가 급등하고 있는 것은 물론 10년물 국채금리는 작년 12월 이후 최저인 3.82%를 기록할 만큼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물론 현재로서는 시장의 경기침체 우려가 과도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바클레이스에서는 7월 실업률 상승도 6월과 마찬가지로 노동력 공급 증가 폭이 고용 증가 폭을 상회한 점에 기인한 것이지 침체의 일반적인 특징은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허리케인 베릴로 인해 일시적으로 근무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노동자가 5만9000명에서 43만여명으로 증가하고 일시적 실업자가 25만여명이 증가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시각도 나오면서 과도한 경기침체 우려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공포 심리 커지자, ‘본게임’ 전 위험자산 줄이자…아시아 증시서 대거 이탈

다만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되면서 아시아 증시는 직격탄을 맞았다. 사실상의 본 게임에 해당하는 미국 증시 개장 이전 불확실한 포트폴리오에 대해서는 위험 노출을 줄이겠다는 심리가 역력하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 시간으로 5일 오후 11시에 발표될 미국 ISM의 서비스 PMI부터 오는 14일(현지시각) 발표할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연이어 각종 지표가 발표를 앞두고 있다. 지표 하나하나가 경기침체 여부를 가늠할 것으로 여겨지는 만큼 당분간 글로벌 자금은 관망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국내 증시 뿐만 아니라 일본 니케이지수, 대만 가권 지수가 모두 일제히 급락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는 “경기 우려부터 AI 수익화에 대한 의구심, 여기에 지정학적 이슈 등 많은 돌발 변수들이 한꺼번에 몰아친 까닭에 펀더멘털 체크보다 리스크 오프 심리가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침체 가능성을 주의하되 과몰입은 지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시장 관심은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의 강도와 시점에 쏠리는 분위기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진 것만으로도 이미 시장에서는 연준이 선제적 대응을 실기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미 파월이 7월 FOMC에서 “노동시장이 더 크게 냉각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언급한 만큼 시장에서는 이미 이번 고용보고서가 경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글로벌 IB도 연내 금리인하 전망에 더 힘을 싣는 분위기다. 골드만삭스도 올해 금리 인하 전망을 두 차례에서 세 차례 0.75%P로 변경했다. 9월 있을 FOMC에서 단번에 0.5%P를 인하하는 이른바 '빅컷'이 이뤄질 가능성 역시 잇따르는 단계다. 향후 발표될 8월 고용보고서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증가하고 있다.

국내 역시 시장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단계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필요할 경우 상황별 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에 따른 긴밀한 대응을 당부했다. 기재부는 앞서 차관보 주재로 컨퍼런스콜을 열어 “우리 증시를 포함한 글로벌 증시도 전반적으로 조정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기재부는 “정부와 한국은행은 높은 경계심을 갖고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필요시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긴밀한 관계기관 공조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에도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예상과 반대로 흘러가는 채권, 부동산, 외환시장에 대한 언급이 어떤 형태로든 나와야 하겠지만, 신중한 소통을 선호하는 한은으로서는 특별한 이벤트가 없을 때의 언급에 대한 파급 영향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며 “일각에선 한은이 대응에 나서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