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일으킨 큐텐그룹이 사실상 해체 수순에 접어들고 있다.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티·메·파크)가 각자도생을 택하면서 구영배 대표의 그룹 재건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인터파크커머스는 큐텐·큐텐테크놀로지·티몬·위메프 등에 내용 증명을 발송했다. 기존에 빌려준 대여금과 판매 대금 약 650억원을 돌려 달라는 내용이다. 미수금 회수를 위한 법적 절차에 착수한 만큼 큐텐그룹과 결별 수순에 돌입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인터파크커머스는 독자 경영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티몬·위메프에 비해 미정산금과 누적 부채가 적은 편에 속하는 만큼 피해 복구는 물론 자생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9일에는 티몬에 위탁 운영하던 전자지급결제대행(PG) 시스템을 KG이니시스·헥토파이낸셜로 바꿨다. 큐텐으로 파견된 재무 등 일부 인력도 복귀시킬 계획이다.
기업 회생을 신청한 티몬과 위메프도 각자 도생을 모색하고 있다.
류광진 티몬 대표는 대표자 심문이 열린 2일 서울회생법원에 출석하며 “그룹 차원의 노력도 있겠지만 티몬 대표로서 독자적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며 “인수·합병(M&A)이나 투자 유치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도 “구 대표 해결책만 기다려서는 안되겠다 생각해 연락을 돌리고 있다”며 “독자적 생존을 모색하고 회생절차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룹을 이끄는 구영배 대표는 이번 사태 해결방안으로 티몬·위메프 합병 법인 'K-커머스'(가칭)를 제시한 상태다. 큐텐의 티몬·위메프 지분을 100% 감자하고 구 대표의 큐텐 지분 38%를 합병 법인에 백지 신탁한다. 이 경우 합병 법인이 역으로 큐텐의 대주주가 된다. 또, 미정산 셀러 중 10억원 이상 채권 중 일부는 전환사채(CB) 형태로 전환한다. 미정산 셀러를 합병 법인 대주주로 올려 경영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계열사 대표들이 각자도생을 택하면서 구 대표의 계획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계열사들이 세운 전략도 현실화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미 결제·고객관리(CS)·제휴 파트너사들이 줄줄이 거래를 중단한 데다 환불·정산금을 받지 못한 소비자·셀러 신뢰도도 추락한 상태다. 과도한 미정산금, 하락한 플랫폼 가치 등을 고려했을 때 매수 희망자가 선뜻 나타나기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