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와 e커머스에서 시작된 유동성 위기가 핀테크를 비롯한 금융산업에도 여파가 크게 번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체 대부분은 이달부터 e커머스 셀러 매출채권을 활용한 선정산 투자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이날 어니스트펀드는 선정산채권(SCF) 투자상품 일부 원금상황 지연이 예상된다고 공지했다. 미회수 상품은 'SCF 플러스 254호' 등 4종이며, 각각 3000만원에서 3억1600만원 가량 미회수 상태다. 가장 미회수 금액이 큰 상품은 'SCF 베이직 729호'로 약 79%가 미회수 상태다.
어니스트펀드는 “본 사안은 정부 범주처의 긴급 주요사안으로써 대응 방안이 수립 중에 있으며, 어니스트펀드는 이러한 동향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셀러분들과도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며 “원금 연체가 최종 확정될 경우 재공지를 통해 진행상황을 안내드리겠다”고 밝혔다.
이날 윙크스톤파트너스 역시 오는 8월 19일 만기 도래할 '이커머스셀러 선정산 A 543(위메프)'와 '이커머스셀러 선정산 A 544(티몬)'의 금액 각각 2억4869만원, 9478만원이라고 공시했다.
윙크스톤파트너스는 “해당 상품들은 차입자의 자기자본 및 타 쇼핑몰 정산 금액으로 상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셀러들이 티몬·위메프 이외 쿠팡이나 11번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다양한 플랫폼을 동시에 활용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투자원금 손실이 확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와 같은 상품들은 '빠른 정산' 서비스와 연계한 파생상품이다. 빠른 정산은 커머스에 입점한 판매업자들이 정산대금이 길게 묶이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사가 이를 미리 지급해주고 일부 수수료를 챙기는 서비스다. 매출채권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일종의 온라인 전당포인 셈이다.
e커머스 셀러가 상품을 플랫폼에서 판매하면 소비자가 구매 확정을 하더라도 대금을 받을때까지 5일~70일 가량 정산기간이 소요된다. 경기가 좋을 때는 셀러가 선정산금으로 자금을 당겨와 유동성 저하로 인한 재고 구매 지연 없이 더 많은 판매 재고를 확보해 매출액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
투자자는 연 8% 수준 수익을 얻으면서 짧은 시간에 원금 만기를 통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온투업권에서는 최근 정산채권(Supply Chain Fiance)을 활용한 투자상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이들은 스크래핑, API 연동을 통해 티몬이나 위메프 등에 정산대금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안전성을 계산해 판매자에게 정산 가능한 금액을 산정해 왔다.
한 온투업체 대표는 “티몬·위메프 매출채권의 경우 다른 자금으로 상환할 수 있도록 선정산업체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이미 7월부터 티몬·위메프 SCF는 취급하지 않고 있으며, 다른 쇼핑몰도 건전성을 따져 상품 출시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