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정산 리스크는 고객에게…무법천지 '상품권' 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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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 정산지연에 따른 쿠폰 취소 안내
판매 상품권 임의 정지 사례 속출
‘티몬서 돈 받아라’ 고객 등 떠밀어

“티몬 측 정산 지연의 이유로 구매하신 모바일 쿠폰의 결제 취소를 요청드리오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대단히 죄송한 마음으로 사과 말씀 드리며, 향후 현재 구매하신 모바일 쿠폰은 사용불가 할 수 있으니 반드시 결제취소 신청을 진행해주시기 바랍니다.”

온라인 쇼핑몰 티몬에서 촉발된 유동성 리스크가 입점업체 전반에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티몬에 기프티콘을 공급해 온 콘사 쿠프마케팅은 지난 23일 이와 같은 문자메시지(SMS)를 모바일쿠폰 구매 고객들에게 전달해 미사용 쿠폰의 결제 취소를 독려했다.

고객이 모바일 쿠폰을 사용하면 쿠프마케팅이 제휴점에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유동성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정작 쿠프마케팅은 대금을 티몬으로부터 못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기프티콘 판매 마진을 포기하더라도 고객들로 하여금 티몬에게 돈을 받아내라는 것이다.

비슷한 현상은 업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배달 플랫폼 '요기요'에서는 고객이 이미 핀번호를 등록한 상품권까지 무효화돼 논란을 빚고 있다. 요기요 상품권은 지난 2022년부터 티몬 등에서 7~1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됐다. 해당 상품권 역시 중간에 콘사를 끼고 티몬에 납품하는 구조다.

이번 상품권 무효화의 경우 티몬에서 대금을 못 받을 것을 우려한 콘사가 임의로 이미 판매한 고객 상품권을 사용정지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금 리스크를 고객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심각한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이다. 사태가 길어질수록 유사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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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쇼핑몰 전자상품권 거래액 추이, 카테고리별 신용카드 결제액 규모
머지사태 재발 막으려 전금법 개정
규제 닿지않는 유통처서 폭탄 터져

◇관리 사각지대 상품권…제 2 머지포인트 사태

이번 유동성 문제를 유발한 핵심 키워드는 '상품권'이다. 현재 한국에는 상품권과 관련된 체계를 조율하는 법 자체가 없다. 그간이 되는 법이 없으니 정부 어느 부처에서 이를 관리하고 감시할지 모호한 상황이 오랫동안 방치돼 왔다.

상품권법이 최초 제정된 것은 1961년이다. 38년 이후 1999년 2월 법이 폐지되면서 인지세만 납부하 사실상 누구나 자유롭게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됐다. 경제행정규제 정비와 기업의 자유로운 결제활동 보장이 목적이었으나, 결제 기술이 발전하자 부작용이 부메랑처럼 돌아왔다. 시장에서 엄격하게 관리되는 채권과 달리, 전문가처럼 신용도와 리스크를 계산할 수 없는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사실상 위험한 금융상품을 내다 팔기 시작한 것이다.

이 허점을 노려 배를 불린 업체가 바로 2021년 8월 대규모 환불사태를 일으킨 머지포인트(머지플러스)다. 머지 측은 자신들이 금융당국 관리를 받아야 할 전자금융업자가 아니고 '상품권업자'라고 줄곧 주장해왔다. 상품권업은 규율하는 규제가 없어 예치금 보호 준수 등 기준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태가 터진 이후 '제 2의 머지포인트'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전자금융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기존 대비 규제가 촘촘해졌지만 선불사업자를 비롯한 '발행업체' 및 전금업자, PG사에만 규제가 강화된 것이 문제였다. 이번 티몬 사례처럼 유통업체들은 상품권을 대규모로 매입하고 정산주기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었고, 선불충전금 운용을 통해 이를 배가하는 것도 가능했다. 결국 선불업자에서 유통업자로 '돌려막기' 풍선효과가 일어난 것이다.

티몬의 모회사인 큐텐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큐텐은 2019년 블록체인 쇼핑 플랫폼 '큐브'를 론칭하면서 자사 결제에 사용할 수 있는 '큐코인'을 발행해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판매해왔다. 이와 더불어 큐코인을 예치하면 이자성격의 투자수익을 제공하는 '위시팜'도 함께 운영했는데, 본사가 외국에 소재해 있으므로 한국법 규제를 받지 않는 은행업을 영위한 셈이다.

티몬과 위메프 모두 큐텐 인수 이후에 상품권 거래액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품권을 활용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상장 이후 자금이 투입되면 이를 통해 정산금 폭탄을 줄여나가려는 전략이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용카드 상테크 수요 급증에 더해
전자상품권 할인발행 리스크 중첩
고객에 고위험 금융상품 내다 판꼴

◇연간 10조원 전자상품권…'신용카드 상테크'가 사태 키웠다

통상적인 시장에서는 할인 발행됐다고 해도 전자상품권 거래대금이 그리 커지지 않는다. 아무리 사용처가 많아졌다고 해도 현금이나 신용카드에 비할 바는 아니기 때문이다. 전자상품권 시장을 키운 것은 상품권 매입으로 신용카드 실적을 채우고 되파는 '상테크' 족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자상품권(이쿠폰) 거래액은 지난 2019년 3.3조원에서 매년 30% 수준으로 거래액이 급증, 지난해에는 10조원을 넘어섰다. 전체 온라인쇼핑몰 거래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47%에서 4.39%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를 O2O 등 온라인-오프라인 연계 산업이 성장하면서 생겨난 결제 채널 이동으로 해석하거나,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경기 회복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으나, 다른 업종 성장세와 비교할 때 비정상적인 성장 속도였다는 것이 업계 전반의 의견이다. 커머스 업체들이 상품권을 할인판매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결제업계는 티몬이 지난해 취급한 상품권 규모를 약 2조원 수준으로 추산한다. 전년 취급한 규모 8000억원에서 1년 만에 두 배 이상 늘린 것이다. 모바일 상품권 시장 평균 성장속도를 고려하면 정상적인 영업활동에 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실제로 신용카드를 통한 상품권 매출은 2022년 1조3300억원에서 지난해 1조 8500억원 규모까지 한 해 만에 30% 이상 급증했는데, 이는 대부분 상테크 소비자에 의한 결제로 여겨진다. 해당 증가분이 사실상 이번 유동성 리스크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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