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공간을 넘어, 장르를 넘어 경계 없이 확장하는 K콘텐츠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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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

지난 18일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콘텐츠진흥원 주관으로 '라이선싱콘 2024'가 개최됐다. '다채로운 라이선싱 비즈니스 연결과 확장, 콘텐츠 지식재산(IP)으로 로그인'이라는 주제로 한국은 물론 해외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한국형 IP 비즈니스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끈 세션은 '한국형 슈퍼IP 나 혼자만 레벨업의 넥스트 레벨'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추공 작가의 웹소설에서 출발해 웹툰과 애니메이션을 거쳐 올해 게임으로 재탄생했다. 웹소설과 웹툰의 전 세계 누적 조회수가 143억 회가 넘고, 넷플릭스와 크런치롤 등 글로벌 OTT에서 공개된 애니메이션은 시즌2 제작이 확정되었으며, 게임은 출시 한달만에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했다. 드라마로도 기획개발 중에 있다고 하니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한국형 슈퍼 IP라 할 수 있다.

IP(Intellectual Properties)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지식재산이다. 콘텐츠 IP는 이보다 더 확장적으로 '원천 콘텐츠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 확장과 부가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일련의 지식재산 권리 묶음'으로 이해된다. 원천 콘텐츠를 활용해 2차, 3차 콘텐츠를 창작하거나 관련된 상품, 서비스를 만들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따라서 콘텐츠 IP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또 다른 산업 성장을 견인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콘텐츠 IP 비즈니스에서의 가장 기본은 원천 콘텐츠, 즉 스토리다. 이번 라이선싱콘에서도 '나 혼자만 레벨업'을 비롯해 웹툰에서 넷플릭스 시리즈로 발전한 '더 에이트 쇼' 등의 사례를 다루며, 글로벌 시장에서 소구되는 스토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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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선싱콘 2024'

얼마 전 네이버웹툰이 성공적으로 미국 상장을 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원천 IP의 보고인 K웹툰이 바라보는 시장은 국내가 아닌 글로벌 시장임을 공표하는 신호다. 애니메이션 '핑크퐁'은 제작사 더핑크퐁컴퍼니를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100대 기업'에 올려놓았고, K드라마를 넘어 '피지컬:100' 등 K예능도 글로벌 OTT를 통해 세계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K게임과 K팝은 이들의 선두에 선 한류 선봉장이다. 이제는 어떤 장르든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할 때 국내가 아닌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보편성(universal)은 물론 경쟁작들과 차별화되는 독특함(unique)까지 갖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콘진원은 예전부터 글로벌 시장을 위한 콘텐츠 IP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가능성 있는 창작자를 발굴, 양성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해왔다.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IP를 만드는 것은 결국 '창의인재'이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창의인재로는 콘진원의 '창의인재동반사업'의 멘티 출신인 장재현 감독을 들 수 있다. 2024년 상반기 콘텐츠산업 트렌드를 휩쓴 영화 '파묘'가 133개국에서 판매되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흥행에 성공하며 세계적인 창작자로 인정받았다. 오컬트 영화로 글로벌 K콘텐츠의 장르 다양성 확장에도 기여한 사례다. 또 '신진 스토리 작가 육성 지원사업'을 통해 발굴된 천세은 작가의 '마리 퀴리'는 올해 6월 한국 창작 뮤지컬로는 처음으로 영국에서 현지화되었고, '방송포맷 랩 사업'에서 배출된 황보경 작가의 예능 'DNA Singer'와 장정희·구범석 작가의 'The Beatbox'는 네덜란드에서 현지판이 방영 예정이다. 콘진원의 지원과 사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창작자가 지속 배출되고 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와 협력해 새로운 방송영상콘텐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프로덕션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또 K웹툰을 이끌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웹툰 엑스퍼트 프로그램'을 신설해 K콘텐츠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양성소로서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 콘텐츠산업 수출은 2022년 132억달러를 넘으며, 이차전지, 전기차, 가전 등 주요 품목의 수출실적을 넘어섰다. 나아가 콘텐츠산업의 가치는 수출액 이상으로 평가된다. 올해 2월 콘진원이 발표한 콘텐츠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에 의하면 2019년 기준 콘텐츠산업이 32.5조원, 콘텐츠산업 수출이 10조원 규모의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있다. 이는 국가 경쟁력을 대표하는 지수인 국가브랜드 가치 증가에도 크게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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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선싱콘 2024'

이에 콘진원은 국가 경제를 이끌 콘텐츠 IP 비즈니스 활성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관계부처 합동 한류마케팅 사업'을 통해 K콘텐츠와 연관산업의 해외 동반진출 성과를 창출한다. 한류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의 간접광고(PPL) 매칭을 통해 노출된 만전식품의 매운불맛김은 방영 직후 인도네시아 기업과 5만5000달러 상당의 신규 수출계약을 맺는 등 인도네시아 수출이 지난해 대비 14.8%나 증가했다. 또, K콘텐츠와 연관산업 간 협업강화를 위한 'K콘텐츠×연관산업 비즈니스 네트워킹 데이'를 통해서는 나인투랩스의 게임 '드로우샵 킹덤 리버스(Drawshop Kingdom Reverse)'와 인테이크의 식품 '슈가로로 곤약젤리'가 만나 지난 6월부터 태국과 싱가포르에 '슈가로로 곤약젤리 with DKR' 유통을 시작했다.

또 콘진원은 2022년부터'콘텐츠 IP 마켓'을 개최하고 있다. 장르와 산업 경계를 넘어 콘텐츠 IP 확장을 위한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는 자리다. 지난해에는 비즈니스 상담액 9600만달러를 기록했고, 바이어도 전년 대비 5배가 늘어난 규모로 참가하며 높은 수요를 확인했다. 올해는 더욱 다양한 콘텐츠 기업과 연관산업군의 참여를 유도해 보다 규모 있고 실질적인 IP 비즈니스의 장으로 확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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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

우리나라는 양적, 질적으로 더 많은 K콘텐츠를 만들어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에 콘진원은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공사례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보편성과 차별성을 겸비한 콘텐츠 IP를 창작해낼 수 있는 기반을 굳건히 하고자 한다. 나아가 연관산업과의 다양한 협업을 강화한다면, 그 과실이 콘텐츠산업으로 재투자로 연결되어 콘텐츠산업 확장의 선순환 구조는 더욱 탄탄해질 것이다.

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

〈필자〉조현래 원장은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제36회 행정고시 합격 후 문화체육관광부의 콘텐츠, 예술, 관광, 소통 등 전 분야에서 정책 경험을 쌓은 문화행정 전문가다. 문체부에서는 콘텐츠정책국장, 관광산업정책관, 국민소통실장, 종무실장 등을 역임했다.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에서 석사 학위와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공공정책학 석사, 한성대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21년 9월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