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리밸런싱] 큰 조각 맞춘 SK…아·태 1위 에너지 기업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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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이 지난달 28∼29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경영전략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오프닝 스피치를 하고 있다. [사진=SK]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이 9부 능선을 넘으면서 SK그룹이 추진하는 포트폴리오 재조정(리밸런싱)의 가장 큰 조각이 맞춰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룹 에너지 사업 시너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캐시카우인 SK E&S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온 자금난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 구조를 확보하게 된다.

변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곧바로 SK에코플랜트가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등을 자회사로 편입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투자 대비 성과가 부진한 계열·합작사 정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판 엑손모빌 탄생 임박…주주·내부 동의는 숙제

17일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합병안을 상정, 의결했다. SK그룹 지주사이자 양사 최대 주주인 SK㈜ 이사회와 임시주주총회를 거치면 11월께 자산총액 100조원이 넘는 '공룡' 에너지 기업이 공식 탄생한다. 단숨에 자산 기준, 아시아·태평양 지역 1위 에너지 기업으로도 등극한다.

이와 관련해 SK㈜가 18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SK이노베이션과 SK E&S 이사회의 합병안 논의 결과를 검토한다. 주주총회는 다음 달 말경으로 예정됐다.

이번 합병은 SK그룹이 진행해 온 리밸런싱 작업 핵심축이자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배터리 사업의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그동안 방만하게 펼쳐진 사업구조를 슬림화한다는 기조가 반영됐다.

양사 합병은 실제로 자금난을 겪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자회사 SK온을 살리기 위한 목적이 크다. 동시에 사업 측면에서도 시너지를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SK이노베이션·SK E&S 사업 축은 각각 석유·배터리와 천연가스다.

SK이노베이션은 자원개발(E&P), 정유, 석유화학 등 석유 관련 전 밸류체인과 배터리·소재 영역에 진출해 있다. SK E&S는 광구 개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직도입·발전 등 천연가스 상·하류 사업 전 부문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양사가 합병하면 석유·천연가스 사업 전 영역으로 아우르는 국내 유일 기업이 탄생한다. 일각에선 이를 한국판 엑손모빌의 출범에 비유한다. 나아가 재생에너지, 수소, 소형모듈형원전(SMR),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기화 사업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진화한다.

재무적으로도 이득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양사는 오는 2030년 기준으로 통합 시너지 효과만 EBITDA 2조1000억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으며, 전체 EBITDA 2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 이노베이션과 SK E&S 측은 “합병회사는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이 합병 전 1조9000억원에서 5조8000억원으로 커져 재무·손익 구조가 강화된다”며 “석유화학 사업의 높은 수익 변동성을 LNG/발전/도시가스 사업의 안정적 수익 창출력으로 완화할 수 있게 된다. 세전이익 변동폭이 215%에서 66% 수준으로 대폭 축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투자자 설득 등 숙제도 산적해 있다. 양사 합병안은 약 1대 1.19의 합병비율로 각사 이사회에 부쳐졌다. 이는 당초 예상됐던 1대 2 비율을 크게 벗어난 수치로 비율로 사실상 두 회사의 몸값을 동등하게 평가했다는 의미다.

SK㈜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지분을 각각 34.45%, 90%를 보유중이다. 합병비율이 1대 2일 경우 SK(주)의 신설법인 지분율은 약 72%로 예상됐지만 이번 결과로 지분율은 55.9%로 떨어졌다.

기존 SK이노베이션 소액주주에게는 주당 가치를 상대적으로 후하게 쳐준 결과다. 반면, SK E&S에 투자한 재무적 투자자(FI)는 SK E&S에 대한 가치가 낮게 책정된 만큼 반발할 수 있다.

내부 불만도 잠재적 불안 요소다. SK E&S는 민간 발전사업 진출 이후 꾸준히 성장해 왔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5900억원을 올린 2019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1조3300억원이다. 그동안 SK그룹 내 알짜로 꼽혀왔다. SK온의 구원투수로 나서는 급작스러운 합병에 성과급 감소, 조직개편 등 관련 내부 불안감, 불만이 쌓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 E&S 내부에선 당혹감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물리적 결합도 중요하지만 결속, 설득이 더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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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SK E&S 현황

◇붙이고 떼고…리밸런싱 가속

SK그룹 계열사 조정·감축, 사업·투자 우선순위 설정, 조직개편·인력조정 등 리밸런싱 작업은 한층 속도가 날 전망이다.

SK㈜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외 연결 자회사 수는 총 698개다. 2018년 260곳에서 5년 만에 갑절 이상 늘었다.

리밸런싱 전반을 주도하는 최창원 SK수펙스협의회 의장은 경영진에게 중복 투자를 해소하고 전체 계열사 수를 '관리할 수 있는 범위'로 조정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기조 아래 18일 SK㈜는 SK에코플랜트가 에센코어와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각각 인수하는 방안을 의결한다. 에센코어는 SK㈜ 산하 반도체 가공·유통 회사,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SK머티리얼즈의 산업용 가스 회사다.

SK에코플랜트에 우량 계열사를 붙여 친환경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으로 SK이노베이션, SK E&S 합병과 결이 비슷하다.

SK E&S의 미래사업 포트폴리오도 재조정 여지가 크다. SK㈜와 SK E&S가 총 1조6000억원을 들여 지분 10%를 확보한 미국 에너지 기업 플러그파워 등이 대상으로 거론된다.

플러그파워의 현재 주식가치가 2000억원 안팎으로 쪼그라든 데다 합작사인 SK 플러그 하이버스가 계획한 수전해 설비 제조 공장(기가팩토리) 설립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양사 협업 관계가 현재와 같을 수 없다는 게 SK그룹 안팎의 관측이다.

SK스퀘어 또한 설립 2년여 만에 23개사 지분을 확보했지만 18개 회사가 손실을 보고 있어 큰 폭의 정리가 불가피하다.

이 밖에도 SK엔무브,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을 중심으론 합병, 지분 매각 등 변화 가능성이 점쳐진다.

반대로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인공지능(AI), 반도체 부문에선 과감한 배팅을 이어간다. 수익성 개선과 사업구조 최적화, 시너지 제고를 통해 2026년까지 80조원 재원을 확보, AI·반도체 분야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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