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리걸테크 인공지능(AI) 지원책이 극명한 차이를 보여 토종 리걸테크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AI 주권이 중요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리걸 AI 관련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법무성 주도로 리걸 AI 제도를 개선했다. 판례 데이터베이스(DB)도 2025년까지 오픈할 예정이다.

Photo Image

일본의 리걸 AI 제도 개선의 골자는 합법화다. △변호사 자격이 없는 자가 보수를 얻을 목적으로 △구체적인 법률 다툼이 있는 사건에 관해 △법률상 전문지식에 근거해 견해를 이야기하는 경우를 제외한 모든 AI 활용 법률 서비스를 합법화했다.

이에 따라 일본 리걸테크인 벤고시닷컴은 사업 확장 계획을 발표했다. 6개 분야 21개 사업을 시작해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다. △AI 계약 검토 △보험료 및 표현 검사기 △의약품 및 의료기기법 검사기 △하도급법 검사기 △이용 약관 작성 AI △AI 기반 법률 상담 △민원작성 지원 툴 △소송집행 지원 툴 △법률 문서 및 증거 평가 서비스 △분쟁 해결 서비스 △손해배상 청구 산정 도구 등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합리적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말 리걸테크 관련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변호사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발족했으나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도 권칠승 의원을 필두로 리걸테크 법안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발의되지 않았다. 이소영 의원은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변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으나 리걸 AI 활성화에 대한 내용이 담기지는 않았다.

업계에서는 예측 가능한 규제를 통해 기업과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리걸 AI 고도화를 위한 판결문 공개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의 경우 판결문 외에도 소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주장과 입증 서류를 'PACER 시스템'을 통해 공개한다. 법률 AI 모델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데이터 확보가 용이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소송사건 600만 건 중 본안사건은 120만 건이다. 한 해 최소 100만 건 이상의 판례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법원 인터넷 열람서비스를 통해 제공되는 판결문 수는 연간 30~40만 건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리걸테크 기업은 법률 서비스 변화를 이끌 잠재력을 충분히 지닌 것으로 평가되지만 판결문 공개 제한 등으로 사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는 글로벌 기술 격차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정부의 혁신 사업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