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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국내 대기업 10곳 중 9곳이 올 하반기 투자를 상반기와 비슷하게 유지하거나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고환율 장기화와 국제정세 불안정 속에서도 대부분의 기업들이 투자를 축소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 같은 계획은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구체적으로 올 상반기와 비슷한 규모로 투자하겠다는 기업이 74.2%, 상반기보다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은 16.7%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투자를 축소하겠다는 기업은 9.1%에 불과했다.

기업들의 투자 확대는 중장기 시장 예측에 기반한 경쟁력 강화 조치라는 점에서 기업들의 중장기 시황 전망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기업들은 투자 확대 이유로 '노후화된 기존 설비 교체·개선'과 '업황 개선 기대감'을 31.8%로 똑같이 꼽았다. 또 '불황기 적극적인 투자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13.7%)'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정부는 기업들의 투자 의지가 꺾이지 않고, 실제 집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대기업의 투자가 전후방 산업 활성화와 함께 국내 경기 회복의 마중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국내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로 '투자 관련 규제 등 기업 규제 완화(25.0%)'를 가장 많이 꼽았다. 또 '법인세 감세·투자 공제 등 세제 지원 강화'도 필요하다는 것이 기업들의 목소리다. 정부와 정치권이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으로 화답해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가 아직 미온적이라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 'AI 투자를 계획하지 않고 있다'는 비중이 56.1%로 과반을 넘었다. 나머지 기업들도 '투자계획 수립(10.6%)' 혹은 '투자 검토 중(33.3%)'이라는 답변이 많아 AI가 주요 투자 분야로 자리매김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대기업 10곳 중 1곳 정도만이 AI 투자계획을 수립한 정도이니 본격적인 AI 투자 집행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 유럽연합(EU), 일본은 물론 중국에 이르기까지 경쟁국들의 AI 투자는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가 더 늦어지면 몇 년 안에 경쟁국과의 AI 수준 격차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