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후진적 방송사용료, 이제는 손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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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박사

K팝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인이 즐기는 음악이 되었다. 그에 힘입어 우리나라 음악시장 규모도 전 세계에서 7위다(IFPI 2024 보고서). 반면,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CISAC)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음악저작권료 징수액 규모는 세계 10위다. 음악시장 규모는 작은데 징수액은 우리보다 많은 국가들이 있다. 심지어 인구는 우리보다 적은데 징수액은 더 많은 국가들도 있다. 이는 음악시장의 규모에 견주어 우리나라의 창작자들에게 그 수익이 제대로 환원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1인당 GDP 대비 1인당 음악저작권료도 낮다. 1인당 GDP가 우리나라와 비슷한 이탈리아는 1인당 음악저작권료 징수액이 우리보다 1.95배, 일본은 1.37배, 스페인은 1.42배가 더 많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저작권법이 잘못된 것인가. 아니다. 답은 낮은 음악저작권사용료율이다. 그 중에서도 방송사용료율이 가장 심각하다.

우리나라 저작권집중관리제도 역사는 1988년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신탁관리 허가로 시작됐다. 당시 방송사용료율은 방송사 매출액 대비 0.96%였고, 1994년 0.97%, 2008년 1%, 그리고 2012년 이후 현재까지 1.2%다. 이는 명목상 요율이고, 현실은 방송사의 지출경비와 부담을 고려한 공제계수와 조정계수를 적용해 1988년 실질요율은 0.3024%, 현재는 0.608%에 불과하다.

1985년 일본은 CISAC이 권고한 방송사용료율 10%에 집중관리단체가 보유한 음악저작물의 수준 및 방송사 사정을 고려해 그 10분의 1인, 매출액 대비 1%를 방송사용료율로 정하고 연차별 조정계수를 적용하도록 했다. 우리는 이를 모델로 했다. 당시 서양의 방송사용료율은 평균 3.5% 정도였던 점에 비추어 볼 때, 0.96%는 출발부터 턱없이 낮았다. 현재는 공제계수와 조정계수가 축소되기는 했으나, 명목상 방송사용료율은 0.96%에서 1.2%로 약간 인상됐을 뿐이다. 과거 20년 동안 물가상승률이 65.33%였는데, 방송사용료율은 23.71%만 증가했다. 일본은 1996년에 방송사용료율을 1.5%로 인상했다.

지난해 우리의 음악저작권료 징수액은 약 4000억원이다.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과 일본의 음악저작권집중관리단체의 연간 저작권료수입은 일찌감치 1조원을 넘었다. 이들 국가는 음악시장이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클 뿐 아니라 음악사용료율도 상대적으로 높다. 프랑스의 방송사용료율은 매출액 대비 5%, 독일은 6%이고, 주요국 중 가장 낮은 일본도 1.5%로 우리의 1.2%보다 높다.

방송사용료율 자체가 낮기 때문에 방송사용료 징수액의 규모 및 총 음악저작권료 중 방송사용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낮다. 2022년 우리의 방송저작권료는 약 527억원으로 OECD 국가 중에서 하위권에 해당하며, 전체 징수액 대비 방송사용료 비중은 15%로 멕시코를 제외하면 최하위에 속한다. CISAC 회원국 전체의 방송사용료 비중은 32.8%이고, 상위 9위까지 국가들은 그 비중이 평균 36%에 달한다.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이다.

방송사용료율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터무니없이 낮았던 사용료율을 지금 바로 잡아야 한다. 방송사용료율은 다른 매체의 사용료율의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하니 의미가 크다. 정당한 저작권료 지급은 저작권제도 발전의 초석이다. 저작권자의 희생이 계속되는 한 K팝의 장기적인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안효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박사 iplaw@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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