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후인 6월 3일 밤,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만나게 될 것이다. 작년 12월 3일 갑작스런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정확히 6개월 만이다. 진눈깨비가 흩날리던 그날 밤의 장소와 공기가 아직도 뇌리에 선연하고, 그동안 벌어진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렇게 역사의 또 한 페이지가 쓰여지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대선을 코앞에 두고도 투표할 후보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국민이 적지 않다. 특히 보수 진영은 후보로 누가 나설지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 비상계엄으로 정점을 찍은 '정치의 실패'가 대선 정국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는 탓이다. 각 후보의 공약은 물론 자질을 꼼꼼하게 살펴보지 못하고 투표장으로 내몰릴 우리의 처지가 한탄스럽다.
이렇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땐 민심의 나침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연 우리 국민이 이번 대선에 바라는 시대정신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이는 당장 선택을 해야 할 유권자들은 물론 정치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국정 과제로 '경제 회복·활성화'를 꼽은 국민이 48%로 가장 많았다. 이와 함께 '국민 통합·갈등 해소(13%)'와 '민생 문제·생활 안정(9%)'이 뒤를 이었다. 크게 보면 지금 국민들은 경제 회복과 국민 통합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다음 대통령이 꼭 이뤄주길 염원하고 있다.
이 같은 국민 정서는 지난 대선과는 확연히 다르다. 2022년 20대 대선을 앞두고 같은 질문에 '경제 회복·활성화'와 '부동산 문제 해결'이 32%로 똑같이 나왔다. '국민 통합·갈등 해소'는 6%로 여섯번째 순번에 머물렀었다. 지난 3년 간 국민 분열이 얼마나 극심했는지 보여주는 방증이다.
이 결과만 봐도 이번 대선 후보들이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명확해진다. 극심한 경기 부진과 국민 분열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아달라는 시대적 요구를 외면하면 안 된다.
또 하나 명심해야 할 것은 젊은 세대의 목소리다. 위 조사에서 19~29세 조사 대상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꼽은 과제는 경제 회복·활성화(25%)에 이어 '저출생 대책(14%)'이 두번째를 차지했다. 전체 조사에서는 여덟번째로 꼽힌 저출생 대책이 젊은 세대에게는 가장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이 붕괴되고 있다는 젊은 세대의 아우성이라고 받아들이자.
선택의 순간은 곧 순식간에 다가올 것이다.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는 후보들은 경제 회복과 국민 통합, 저출생 대책으로 국민의 심판대에 서야 한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절망이 아닌 희망을 불어넣어 줄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6월 4일 아침 “이제, 우리 같이 삽시다”라는 선언을 할 대통령을 대한민국은 간절히 원하고 있다. 그게 지금 민심이 가르키고 있는 방향이다.
※ 한국갤럽 조사 : 4월 8~10일 전국 만18세 이상 1005명 대상, 95% 신뢰수준·표본오차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양종석 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