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과학자]진미선 GIST 교수 “단백질 구조 밝혀 신약 개발에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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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미선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교수.

“생명과학은 유전자 복제, 단백질 합성, 세포 사이의 정보 교환 등 생명현상의 기본 원리를 다루는 학문입니다. 구조생물학은 단백질의 구조, 즉 생김새를 밝히고 기능을 규명하는 학문이죠.”

진미선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교수는 “질병과 관련된 단백질의 구조를 알면 이에 꼭 맞는 신약 개발도 훨씬 쉬워진다”며 “단백질 구조 연구는 미래 개인맞춤의료 시대를 위한 필수 학문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할 때부터 신약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었다. 당시에는 유기합성화학으로 약물 구조를 설계하고 합성하는 방법이 유일하다고 생각했는데 대학원에 진학해 구조생물학을 통해서도 신약개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학부생일 때 관련 수업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 고민되기도 했지만 단백질의 구조를 알면 신약 개발 뿐만 아니라 질병의 발생 원인 및 조절 기전의 규명도 가능하다는 지도 교수의 말씀에 과감히 진로를 결정했다”고 회고했다.

진 교수는 석·박사 과정 중에 엑스선 결정학을 이용해 병원균에서 유래하는 지질 펩타이드 물질을 감지하는 톨유사수용체(TLR1-TLR2)의 구조를 밝혀 우리 몸의 선천성 면역계를 활성화시키는 원리를 규명했다.

미국 퍼듀대학교에서 포스닥(박사 후 연구원)을 하며 암 세포에서 발현이 크게 증가해 항암 치료제를 세포 밖으로 배출하는 P-당단백질 구조를 밝히는 데 성공했다. 약물 내성 극복이 가능한 항암제 개발을 위한 핵심 정보를 제공했다.

2014년 GIST에 부임 후에는 엑스선 결정학 외에도 초저온 전자현미경 연구 기법을 도입해 세포 내외로 영양분, 신경전달물질, 대사물질 및 노폐물 등 다양한 물질 수송에 관여하는 트랜스포터 구조 연구에 집중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관련 연구시설도, 전문 연구인력도 턱없이 부족했다. 진 교수는 학생들과 거의 매주 전국의 대학시설을 방문해 초저온 전자현미경 연구 기법을 배우고 실험 결과를 확인하는, 어떻게 보면 일종의 떠돌이 생활을 했다.

“학생들이 많이 힘들었을 텐데 저를 믿고 불평 없이 잘 따라와 줘서 고마웠어요, 덕분에 세포막 단백질의 발현 및 정제 노하우, 생화학적 활성 측정, 초저온 전자현미경 데이터 프로세싱 기술들은 세계적인 연구 그룹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진 교수 연구실은 다양한 세포막 단백질 구조를 발표하고 있다. 초저온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수송 싸이클 동안 타플(TAPL)이 갖는 여러 구조 규명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를 통해 TAPL의 작동 메커니즘 및 새로운 인지질 수송 능력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했다.

“구조생물학은 화학, 물리학, 공학 등 다양한 학문과 융합해 경계가 모호해지고 관심이 매우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결합해 단백질 구조 예측 뿐만 아니라 자연 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인공 단백질을 디자인하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진 교수는 “GIST 중앙기기연구센터(GAIA)에도 올해 말에 하이-엔드급의 300㎸ 초저온 전자현미경 장비가 도입될 예정이어서 이전보다 훨씬 좋은 여건에서 단백질 구조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크다”며 “구조 예측 단백질 디자인 파이프라인인 '로제타'를 이용해 단백질의 활성을 조절할 수 있는 디자인 연구를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머지않은 미래에 오랜 꿈인 신약 개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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