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인사이트 국내외 여행 지출의향 및 계획 비교
앞으로 1년 여행비 '더 쓸 것' 줄고, '덜 쓸 것' 급증
해외는 회복되기도 전에 찬물…여행 과소비 우려 무색
소비자의 여행비 지출의향이 1년 이상 하락하면서 국내·해외 모두 코로나 팬데믹 전(2019년) 수준으로 내려갔다. 특히 해외여행은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되기도 전에 하락세로 접어들어 여행 과소비 우려가 무색해졌다. 지난 2~3년간 폭발적으로 분출했던 여행 욕구가 한풀 꺾인 데다 고물가로 지출 여력이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여행산업 불황 장기화 가능성이 있다.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2015년부터 수행하는 '주례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매주 500명, 연간 2만6000명) 일환으로 국내·해외 여행비 실제 지출 금액과 향후 지출의향, 여행계획 등의 추이를 비교했다.
여행비 지출의향은 '앞으로 1년간 관광·여행에 쓸 비용이 지난 1년에 비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라는 질문에 '더 쓸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을 의미한다.
여행비 지출의향('더 쓸 것' 비율)은 국내·해외여행 모두 코로나 발생 직후인 2020년 바닥을 친 후 급상승과 재하락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국내보다 해외여행의 회복이 더뎌 최고치를 찍은 시점(국내 2022년, 해외 2023년)에 차이가 있을 뿐 지난 6년간의 추이는 비슷했다.
국내여행의 경우 2019년 35%에서 2020년 27%까지 떨어졌다가 반등해 2022년 47%로 고점을 찍은 후 올해(1~4월)는 다시 36%까지 하락했다.
지난 1년 월별 기준으로도 지속 하락해 4월(35%)에는 연중 최저치에 머물렀다. 코로나 전인 2019년 동월 대비 증감을 나타내는 여행코로나지수(TCI)는 100으로, 지난 수년간 과열됐던 국내 여행심리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냉각됐음을 보여준다. '덜 쓸 것'이라는 응답을 기준으로 하면 TCI는 132에 달해 여행비 긴축 심리가 더욱 뚜렷하다.
해외여행비 지출의향은 2019년(39%) 대비 2020년(18%) 반토막 미만으로 초토화됐으나 이후 3년 연속 반등했다. 지난해 47%로 최고점을 찍어 추가 상승이 예상되기도 했으나 올해(4월까지 42%) 다시 뚝 떨어졌다(참고. 국내여행비의 8배 가까운데 해외여행 가는 이유는?). 국내여행과 마찬가지로 지난 1년간 월별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4월(41%)에는 코로나 전 수준으로 수렴(TCI 103)하고 있다.
지출의향 하락과 함께 앞으로의 여행 계획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1년간 국내여행 계획률(향후 3내월 내)은 최고 77%에서 최저 66% 사이에서 하락 추세를 유지했다. 최근 2개월 연속 반등하며 4월 70%까지 회복했음에도 작년 같은 기간(74%)보다 낮았다. TCI는 97로 코로나 전만 못하다. 최근의 반등도 가정의 달과 휴가철을 앞둔 계절적 요인에 따른 효과일 가능성이 높다.
해외여행 계획률(향후 6개월 내)은 4월(46%) 반짝 상승해 작년 동기(45%)보다 높았다. 국내여행보다 하락세가 크지 않아 보이나 이는 코로나 시기의 기저효과 때문으로, 지난 11월(49%) 이후 하락세는 이어지고 있다. TCI로 보면 84에 불과해 회복이 무척 더디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여행비 지출의향이 실제 여행 계획·경험에 선행함을 고려하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의 회귀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실제 여행 경험자가 지출한 금액도 감소 추세다. 이번 조사 시기('24년 4월) 1일당 평균 여행경비는 국내여행 7.8만원, 해외여행 25.7만원이었다. TCI는 각각 108, 115로 2019년 대비 국내 8%, 해외 15%를 더 썼다. 같은 기간 국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15%(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비춰 보면 국내여행비는 오히려 감소했고 해외여행비는 그대로인 셈이다.
코로나 이후 급등한 환율과 항공료를 고려하면 해외여행비도 사실상 마이너스다. 예견됐던 변화가 현실화하고 있다.
국내여행은 코로나 이후 과열기에서 냉각기로 떨어지기 직전이고 해외여행은 회복도 되기 전에 된서리를 맞은 모습이다. 국내여행 경험률(TCI 99)과 계획률(TCI 97)이 약보합인 반면 해외여행 경험률(TCI 85)과 계획률(TCI 84)은 모두 2019년에 크게 미달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한때 우려됐던 해외여행 과소비는 기우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해외 모두 여행 경기 전망 지표에 반등을 기대할 여지가 없다는 점은 심각하다”고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