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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회장

스마트홈은 2000년대 초반 건설사에서 아파트에 홈 오토메이션을 제공하면서 언급되었고 가전, 조명, 에어컨 등을 직접 제어하는 것이 가능했다. 2010년부터 스마트폰 보급은 집안의 다양한 기기들을 언제 어디서나 무선으로 제어하고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발전시켰다. 2014년에 아마존이 인공지능(AI) 스피커를 출시하기 시작하면서 단순히 기기를 제어하는 스마트 홈에서 똑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능형 홈으로 진화했다. 그러나 지능형 홈 분야는 다양한 기술 표준이 경쟁하고, 제조사별 상이한 규격의 표준 적용으로 기기간·플랫폼간 상호 호환이 보장되지 않아 여전히 지능형 홈 시장 활성화에 걸림돌이 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부터 플랫폼 기업들이 주도하여 분리된 표준을 통합하려는 시도가 시작되었으며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바로 '매터(Matter)'다.

◇매터 표준의 등장과 연결의 확장

매터는 아마존, 구글, 애플 등의 초거대 플랫폼사와 삼성, LG 등의 글로벌 가전사가 참여하고 있는 CSA(Connectivity Standards Alliance)에서 개발한 오픈소스 기반의 국제 표준이다. '물질'을 다 연결한다는 것과 그 연결성이 일상에서 매우 '중요하다' 라는 이중적 의미를 상징적으로 담고있는 이름이라고 한다.

매터 표준은 사용자에게 차별화된 지능형 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 과거에는 타사의 제품 간 연동이 불가능했지만, 이제 매터를 지원하는 기기라면 앱이나 음성 명령으로 제조사에 상관없이 통합 제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매터가 적용된 월패드가 설치된 공동주택에서는 시장에서 구입한 조명, 에어컨 등 다양한 매터 인증 제품과 연결할 수 있다. 여기에 AI 기술이 추가되면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인식하고 시간에 맞게 자동으로 다양한 기기들을 제어하는 사용자 맞춤형 지능서비스 제공도 가능하다.

매터 표준은 제조사에도 다양한 이점을 제공한다. 먼저 공통된 표준 제공해서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상호호환성 문제 해결로 보다 폭넓은 소비자층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매터 인증 로고가 부착된 제품에 대한 품질과 신뢰성이 보장되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다.

◇국내 매터 인증과 글로벌 시장 경쟁력

한국에서 매터의 도입은 국내 지능형 홈 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열었다. 삼성전자는 매터를 적용한 스마트싱스 허브를 통해 300개 이상의 각기 다른 제조사의 기기를 제어하며, LG전자는 씽큐앱을 통해 매터로 연결된 기기의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조절해 가정내 소비전력을 절감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매터 표준을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지능형 홈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3년부터 IoT 사업의 일환으로 매터와 AI가 적용된 홈 IoT 기기와 플랫폼을 개발해 LH와 현대건설이 구축하는 공동주택에 실증하는 과제를 추진 중에 있으며 앞으로 계속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매터 표준을 적용한 제품들은 반드시 매터 인증을 취득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 시험소의 부재로 중국 등 해외시험인증소를 이용해야 해서 비싼 시험인증 비용과 긴 인증 소요 시간 및 언어 문제 등이 국내 기업 시장 진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매터 인증 제품의 개수를 비교해 보더라도 올해 5월 22일 기준으로 총 3478개 중 국내 제품은 29개에 불과하다.

이에,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지능형 홈 국제공인 시험인증 기반 구축' 사업을 통해 올해 3월 경기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매터 국제공인시험인증소를 첫 개소했다. 이 사업을 통해 국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술 컨설팅, 사전 시험 제공 등을 통해 실제 인증 시험 기간을 4일로 대폭 단축하고 시험 비용의 80%를 지원한다. 또, 올해 하반기에는 지능형 홈 국제 표준(매터) 콘퍼런스 및 기업 간담회 개최를 통해 지능형 홈 산업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고 국내 중소기업에 매터 신기술 공유 및 관련 애로 사항을 청취해 향후 정부 사업에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

매터의 도입은 지능형 홈 시장에서 새로운 시대를 여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한국의 주요 기업이 매터 표준을 적극적으로 채택함으로써, 글로벌 지능형 홈 시장에서 활로를 개척할 수 있게 됐다. 매터의 성공은 기술적 혁신이 삶의 질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TTA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매터 국제공인시험인증소를 거점으로 국내 기업이 지능형 홈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손승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회장 shson@t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