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 면세점이 다가올 '임대료 폭탄'에 고심하고 있다. 방한 관광객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실적은 제자리여서다. 지난해 인천공항 사업권을 따낸 3사는 여객 수에 비례해 책정된 임대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관광객 수와 면세점 매출이 비례한다는 공식이 깨지면서 수백억대 적자를 보게 생겼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3월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월 대비 44.7% 증가한 149만명을 기록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대치이며 2019년 월간 평균에 육박하는 수치다.
인천공항 여객 수도 코로나 이전 대비 96% 수준까지 회복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4월 인천공항 여객 수는 556만명을 넘었다.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3사는 초조한 모습이다. 여건이 갖춰졌음에도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은 젊은 개별 관광객(FIT) 비중이 늘면서 면세점 대신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백화점을 찾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실제 지난 3월 면세점 외국인 이용객 수는 74만명으로 팬데믹 이전 대비 44% 수준에 그쳤다.
문제는 임대료 산정 방식에 있다. 지난해 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 면세점이 사업권을 따낼 당시 임대료 산정 체계는 사상 처음으로 '여객 수 비례' 방식으로 설정됐다. 각 사가 써낸 투찰 금액에 여객 수를 곱해 매달 임대료를 책정한다. 여객 수가 늘지만 매출은 제자리인 현 상황에서는 손실만 늘어나는 구조다.
산식을 지난 4월 여객 데이터에 적용해보면 DF1·DF3 사업권을 운영하는 신라면세점은 약 322억원이 책정된다. DF2·DF4의 신세계면세점 또한 비슷한 수준이다. DF5 사업권을 획득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약 31억원을 내야 한다.
현재는 일부를 영업요율 방식의 임시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어 임대료 부담이 덜하다. 다만 인천공항 4단계 확장 공사가 마무리된 이후 정식 매장 전환이 모두 완료되면 매달 수백억대 임대료가 현실화된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4단계 확장 공사 완료 목표 시기는 오는 10월 말”이라며 “각 사 매장 인테리어 등을 고려해도 내년 초부터는 100% 정식 매장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시내면세점 매출로 공항면세점 적자를 보완하는 구조였다. 다만 엔데믹 전환 이후 시내면세점이 더욱 부진하면서 이같은 보완책도 무용지물이다. 결국 치열한 경쟁 끝에 따낸 인천공항 사업권이 '독이 든 성배'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면세점 입장에서는 객단가가 높은 중국 보따리상(다이궁), 단체 관광객(유커)의 귀환이 절실하다. 지난 1분기 면세점 4사는 실적이 동반 하락했다. 롯데면세점은 영업손실 28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고 신라면세점은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77% 감소한 59억원에 그쳤다. 신세계면세점은 매출과 영업이익 동반 하락했고 현대백화점면세점도 매출이 27.6% 줄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