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채상병특검법, 여야 합의 안 돼도 28일 본회의서 표결”

22대 국회 입법과제로 저출생 개헌·선거제 개편 등 제언
'한국형 실리콘밸리' 조성 필요성 강조
“후발 추격자와 초격차를 벌리는 일이 앞으로의 경제 정책 방향”

김진표 국회의장이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채상병특검법'을 표결에 부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태원특별법처럼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에 대해 여야가 수정 합의를 하지 못하더라도 표결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김 의장은 이날 국회 사랑재에서 가진 퇴임기자간담회에서 “가능하면 여야가 합의해서 일정을 마련하고 본회의를 소집해야 하지만, 만약 합의가 안 되더라도 28일에는 본회의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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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국회의장.

그는 “채상병 특검법이 합의되면 합의된 안 대로, 안 되면 재심의 요청된 법안에 대한 표결을 통해서 최종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며 “그것이 국회입법 절차”라고 강조했다.

채상병특검법은 지난 2일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거부권을 행사했다. 취임 이후 10번째 거부권 행사다.

김 의장은 이날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도 (이희호) 여사의 연루 의혹이 불거졌던 '옷 로비' 특검을 하지 않았느냐. 그걸 옳다고 생각해서 받았겠느냐”며 “평생 의회주의자로서, 국회가 결정한 것은 무조건 따라간다는 생각 때문에 그 모진 고욕을 감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 의장은 21대 국회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진영정치, 팬덤정치의 폐해가 더욱 커졌다”며 “근본 원인은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와 대통령 5년 단임제가 결합한 데 기인한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팬덤정치의 폐해를 강조하며 “당원이 국회의원 당선에 기여하는 득표율은 5%도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 90∼95%는 당원도, 팬덤도 아닌 일반 국민”이라며 “국회의원은 당원이나 자기를 공천해 준 정당에 충성하기 이전에 국민과 유권자의 눈높이에서 정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새롭게 개원하는 제22대 국회를 향해서는 △저출생 문제에 대한 헌법 규범화 △개헌에 대한 상시적 논의 및 준비 △중대선거구제로의 선거제 개편 △ 예산 편성 단계에서 국회 의견 반영 등을 제언했다. 특히 중차대한 국가과제인 '저출생 문제'를 장기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의장은 “저출생 극복 없이 미래를 말할 수 없다”면서 “헌법에 저출생과 관련한 '제11장'을 신설해서 향후 정부가 지키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구체적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헌법 개정에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남은 3년 동안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후 대선을 계기로 헌법을 고쳐낸다면 저출생 위기 극복의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경기 남부권에 '한국형 실리콘밸리'를 조성해서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 산업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는 첨단과학 분야에서 누가 세계 1등하느냐를 놓고 치열한 패권경쟁하고 있다”며 “미래산업을 이끌어 나갈 분야가 30여개 정도 있다고 한다면, 적어도 5가지 정도는 세계에서 1등을 확실히 하고 있고, 나머지 5개 정도는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느껴져야 경쟁력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후발 추격자와 초격차를 벌리는 일이 앞으로의 경제 정책 방향이어야 한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석박사급 엔지니어를 얼마나 모으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수도권에 K-실리콘밸리 조성해 현실가능성 있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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