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특별인터뷰]육동인 경인여대 총장 “대학의 위기 상황, 전문대 기회될 것…더존비즈온과 협업, AI선도대학으로 발돋움”

육동인 총장 “학벌보다 직무 능력이 중요한 시대”
“AI선도, 보건·의료계열 전문 특성화 대학으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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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동인 경인여대 총장은 “AI 기술이 사회를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대학은 AI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영상=정하정기자

“최근 기업의 채용 추세를 보면, 정시 채용은 많지 않습니다. 대신 기업은 내일부터 바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뽑기 위해 수시 채용을 선호하죠. 전문대가 더욱 유리한 시대가 오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학령인구 감소로 교육계 전반이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전문대가 변화를 모색한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25학년도 전문대학 입학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2025학년도 전체 선발 인원은 16만3473명으로 2024학년도보다 3115명 줄었다. 선발 인원을 줄이는 대신, 산업계로 진출할 인재를 양성하고 평생직업교육의 다양한 수요를 반영해 학과 개편에 적극 나선다.

지난 8일 인천 계양구 경인여대 총장실에서 만난 육동인 총장은 “대학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전문대만의 특성을 살리면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육 총장에게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재정 문제, AI시대 교육 비전, 전문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 미래 인재상 등에 관한 해법을 물었다.

-국내 전문대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나.

▲학령인구가 줄고 있는 사회적 현상에 따른 어려움은 전문대뿐 아니라 일반대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그러나 지금 같은 대학의 위기가 전문대에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사회는 특정 대학을 졸업했다는 것이 취업에 유리하지 않다. 우리 학교의 경우만 봐도 서울대 출신이 간호학과에 입학한 학생도 있다. 학벌보다 중요한 것이 직무능력이다.

-대학 관계자 대상 에듀플러스 설문조사 결과, 대학 내 시급한 현안으로 '재정 문제'를 꼽았다. 이에 대한 방안은.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의 재정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경인여대는 외국인 유학생 모집 인원을 늘리려고 한다. 앞으로 장기 목표는 국내 학생과 외국인 학생의 비율을 5대 5로 맞추는 것이다. 현재 경인여대에는 외국인 유학생 450명이 재학 중이다. 호텔 관련 학과, 항공서비스학과 등에 재학 중이거나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 교육을 받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의 한국어 교육을 강화하고, 직무 교육을 통해 우리 기업과 사회에서 일할 수 있도록 교육하겠다. 기업과 국가 경쟁력, 대학 발전이 하나의 선순환 구조로 나가기 위해 전문대 역할이 중요하다. 외국인 유학생이 우리 사회에서 일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 평생직업교육도 확대한다. 퇴직자, 은퇴자가 직업 훈련을 통해 새로운 직업을 찾도록 돕는 것이다. 이제는 대학이 미국 커뮤니티 칼리지처럼 학생뿐 아니라 성인·일반인의 직업 재훈련을 맡는 곳으로 전환할 단계다. 평생직업교육은 우리 대학이 도전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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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 전문성과 특성화가 필요하다. 경인여대 방향은.

▲경인여대는 간호·보건학과 등을 합하면 보건·의료계열이 전체 학과 모집정원의 40%를 차지한다. 앞으로 보건·의료계열을 더욱 확대하려 한다. 4월 교육부 보건계열 승인에서 우리 대학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배정 받았다. 2025학년도부터 치위생학과(36명), 작업치료학과(40명), 응급구조학과(25명)가 신설된다. 보건·의료계열 전문 특성화 대학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경인여대만의 교육 강점을 꼽는다면.

▲경인여대는 기독교 정신을 뿌리로 가진 대학으로, 인성 교육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경인여대의 경인은 '경천애인(敬天愛人)'에서 나왔다. 훌륭한 인성을 가진 학생을 키워 내는 것이 우리 대학 교육 지표 중 하나다. 기업에서 채용할 때도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결국 인성이다. 인성이 제대로 된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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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동인 경인여대 총장은 “AI 기술이 사회를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대학은 AI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영상=정하정기자

-1월 총장 취임 후 'AI선도대학'을 목표로 잡았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다.

▲챗GPT 등 AI가 등장하면서 세상이 빠르게 변한다. 대학 교육 현장에 AI를 어떻게 접목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전문가에게 자문하기도 하고, 관련 서적도 찾아보면서 결국 세상은 AI기술을 활용해 빠르게 재편되고 변화한다는 것을 느꼈다. AI기술이 빠르게 개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고민할 시점이다. 전문대는 개발된 AI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총장 취임 후 가장 먼저 진행한 업무가 'AI선도대학 TF팀'을 구성한 것이다. 대학 내 교수진 등과 올해 1학기부터 AI를 접목한 수업 커리큘럼을 준비했다. 몇 가지 사례를 든다면, 전체 공통으로 빅데이터 분석 기초, AI의 이해와 활용 등의 수업을 교양교과목에 도입했다. 광고디자인학과는 벡터그래픽디자인, 포토샵, 일러스트 교과목에 AI기능을 활용한다. 영상방송학과는 '컴퓨터와 AI활용' 수업을 진행하고 AI기능을 영상편집 등에 적극 도입해 교육한다.

-최근 더존비즈온과 전문기술인 양성·상호발전 협약을 맺은 것으로 안다.

▲더존비즈온은 AI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기업이다. AI기술을 가진 기업과 학생 교육을 맡은 대학이 함께 협업하는 것은 드문 사례다. 더존비즈온이 경인여대 전 교직원 대상으로 AI특강뿐 아니라 기업 탐방 기회를 제공했다. AI를 기업 활동에 어떻게 적용하고 활용하는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현재 많은 기업이 더존비즈온의 ERP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AI가 ERP에 도입되는 상황에서 관련 프로그램 운영 능력이 있다면 학생들은 취업에 유리할 것이다. 더존비즈온과 함께 고민하는 것은 평생교육원에서 재취업을 원하는 일반인 대상으로 더존비즈온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교육하는 방안이다. 성인학습 과정에서도 교육할 수 있고, 대학 내 학과를 만들 수도 있다. 이른바 '더존비즈온 학과(가칭)'가 신설될 수도 있다.

경인여대와 더존비즈온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관계다. 협약을 통해 더존비즈온은 최첨단 기술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대학에 적용할 기회를 갖는다. 아직은 실험 단계지만 이 과정에서 좋은 상품이 나올 수도 있다. 경인여대는 다양한 협업 결과를 통해 교육에 적용하고, 더존비즈온은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더존비즈온과 경인여대의 협업이 하나의 모범 사례가 돼 발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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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 총장은 AI시대의 일자리에 대해 묻는 질문에 “AI기술이 발전할수록 직업 분야에서는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특성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AI기술을 잘 활용하는 인재가 경쟁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영상=정하정기자

-AI가 발전하면 인간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우려에 관한 생각은.

▲19세기 초 영국에서 일어난 러다이트 운동(Luddite·기계 파괴 운동)을 생각해 보자. 당시 영국 노동자의 실업 원인이 기계 때문이라고 기계를 파괴한 사람이 있었고, 기계를 활용한 사람이 있었다. 결과는 기계를 잘 활용한 사람이 주류가 됐다. 역사적 교훈이다. AI라는 도구를 잘 활용한 이들이 결국 주류가 될 것이다. 물론, AI기술 발달로 사라지는 직업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은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 환자를 간호하고 마음을 위로하는 역할을 맡는 간호사의 경우 AI가 인간을 뛰어넘기 어렵다. 결국 미래에는 인간만이 가진 감성 등 인간성이 빛나게 될 것이고 인간은 AI 기술을 공부해 자기 일에 접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AI시대에 어떤 직업을 찾아야 하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는지 고민해 보고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자기 적성이 무엇인지 모른 채 은퇴를 맞는 경우도 많다. 중학생과 은퇴자의 진로 고민이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문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적성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교육 커리큘럼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성적순으로 대학에 가고, 부모의 기대에 맞춰 직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내 인생이 아니라 남의 인생만 사는 것이다. 한국의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하위권인 이유다. 제대로 된 진로·직업 교육은 내가 누군지 정확히 알아갈 시간을 주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자유전공학과를 신설해 학생들에게 진로에 관한 고민을 할 기회를 주는 것은 다행이다. 현재 경인여대는 올해 자유전공학과 신입생 24명을 선발했고, 앞으로 정원을 53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미래 사회를 이끌 리더가 되기 위한 필수 역량은 무엇인가.

▲소통의 리더십이다. 미래 세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소통 교육이다. 유대인의 성공비결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핵심은 '하브루타 교육'이다. 대화가 곧 공부라는 것으로 유대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친구, 선생님 등과 대화를 바탕으로 한 토론 교육을 받는다. 대화와 토론이 활발한 조직은 흥한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대화가 끊이지 않는 가정은 잘 될 수밖에 없다. 한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되기 위해 대내외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육동인 총장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대학원에서 언론홍보 석사와 경기대 대학원에서 직업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조지타운대 자본시장연구소 초빙연구원, 한국경제 뉴욕특파원·논설위원, 국회사무처 공보관,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실 춘추관장, 메드팩토 부사장 등을 거쳐 2024년 1월부터 경인여대 제11대 총장을 맡고 있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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