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세르비아에 도피했을 당시 수도 부촌에 있는 고급 아파트에서 숨어 지냈다는 보도가 나왔다.
8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매체 노바(NOVA)에 따르면, 권 씨는 몬테네그로로 향하기 전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머물며 수개월 간 숨어 지냈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DL 뉴스가 입수한 세르비아 토지 등기소 문서에는 그가 부촌 지역 테디네에 있는 고급 아파트 '앰배서더 파크' 3층짜리 복층 건물을 한 채 구매한 내역 담겼다.
구매자는 권 씨와 함께 체포된 테라폼랩스의 공동창업자 한창준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당시 200만 유로(약 29억 4000만원)를 주고 아파트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는 스파와 수영장, 철저한 보안이 갖춰진 부촌에 있었다. 이와 함께 주차 공간 2곳을 소유하고 있었다.
DL 뉴스는 “권 씨와 한 씨는 뻔뻔하게도 도피 중 세르비아 수도의 엘리트들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었다”며 “그는 베오그라드 경찰청장이자 전 세르비아 대통령의 반부패 고문인 베셀린 밀리치 옆 집에 살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가 숨어살던 곳에서 차로 6분 거리에는 한국대사관이 있었다. DL뉴스는 “도망자를 찾아 지역 경찰과 협력하고 있던 동아시아 수사관들의 예상보다 그들은 훨씬 가까이에 있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노바는 해당 지역을 방문해 단지 주민에게서 목격담도 전해 들었다. 한 여성은 “그들은 단지 앞 검은색 고급 차량에 한 동안 앉아있었다. 한 명은 안경을 쓰고 긴 머리를 한 마른 남자였다”고 했다. 매체가 한창준의 사진을 보여주자 목격한 사람이 그가 맞다고 답했다.
또한 그가 머물던 곳의 IP 주소는 그가 도피 중 종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했을 당시의 IP와 일치했다.
DL 뉴스는 “인터폴 수배 명단에 오르고, 한국이 그의 체포 영장을 발부한 지 몇 주가 지난 시점에서도 세르비아에 새로운 회사를 자신의 이름으로 설립했다”며 세르비아 경찰 조사의 허술함을 지적했다.
한편, 권 씨는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50조원가량의 피해를 안긴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이다. 그는 테라·루나 코인이 폭락하기 직전인 지난 2022년 4월, 측근인 한 씨와 함께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UAE), 세르비아를 거쳐 2023년 3월 몬테네그로에 입국했다가 위조 여권 혐의로 체포됐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