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진흥원이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실시한 감사에서 사업 관리 부실 관련 20개가 넘는 항목을 지적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정책 전담기관으로서 수습이 시급하지만 수장은 세 달째 부재 중이다. 이밖에 중기부 산하기관 다른 두 곳도 기관장 공석이다. 업무도 일부 중단됐다. 전문성을 보유한 인사를 서둘러 선임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중기부는 지난해 3분기 창진원 대상 종합감사를 실시하고, 최근 총 22개 사항에 대해 개선방안 마련을 통보했다. 유럽 액셀러레이터 사칭 이메일에 속아 코리아스타트업센터(KSC) 운영비 약 1억7500만원을 오입금한 것을 비롯해 비대면 바우처 사업 부적정, 국유재산인 시제품 제작터 무상임대, 환수금 관리 소홀 등 지원 사업을 총체적으로 부실 운영한 것이 적발됐다.
창진원 안팎에서는 창업 분야에 비전문적인 인사가 기관장에 부임한 것이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2021년 부임한 김용문 전 창업진흥원장은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부산선거대책위원회 기획단장을 맡은 바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직원에게 국민권익위원회에 '중기부가 갑질한다'는 투서 접수를 종용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 전 원장은 지난 1월 말 사의를 표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창진원은 기관 혁신을 위해 최근 미래비전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기관 신뢰성 확보와 글로벌 창업대국 도약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스케얼업본부·혁신사업화본부 등 주요 사업본부장은 유임됐다. 기관장이 부재한 채로 이뤄지는 조직 개편이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새로운 원장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는 아직 구성되지 않은 상황이다. 경남중소벤처기업청장을 역임한 부기관장도 지난 3월 말 취임했다.
한국벤처투자 역시 지난해 11월 유웅환 전 대표가 임기 약 2년을 남기고 사임했다. 이후 지난해 말 독립조직이던 벤처금융연구소와 ESG위원회를 폐지한 조직 개편이 이뤄졌다. 연구조직은 펀드운용1본부 산하조직으로 편성됐는데, 지난해 네 차례 발간한 시장분석 보고서가 올해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한국벤처투자는 올해 9000억원이 넘는 모태펀드 출자 사업관리를 맡고 있다. 벤처생태계에 자금을 공급하는 중요업무가 반년째 수장 없이 진행되는 셈이다. 부기관장 역시 영화계에 오래 종사한 인사라 '전문성' 논란을 낳은 바 있다. 벤처업계는 총선 낙선 인사가 차기 대표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역시 지난 2월 말 오동윤 전 원장이 물러난 후로 매달 진행하던 심포지엄이 중단됐다. 심포지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가업승계, 스타트업 기술탈취 등 중요 이슈를 다루며 해법을 모색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현안은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져 관심을 받기가 쉽지 않다”면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할 창구가 줄어든 느낌”이라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