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 전문 기업 삼영에스앤씨가 정밀 습도측정기기인 노점계를 독자 개발해 국내 배터리 제조사에 공급했다. 기존 유럽 업체가 독점하던 제품을 국산화한 것으로,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도 활용이 기대된다.
삼영에스앤씨는 칠드미러 기술 기반 노점계 개발과 검증을 완료하고 국내 배터리 제조사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아 지난달부터 제품 공급을 시작했다고 1일 밝혔다. 국내 사업장에 기존 외산 제품을 교체 적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내년부터는 신설 라인에 신규 적용될 예정이다.
노점계는 기체 내에 포함되어 있는 수분의 양을 측정하는 계측기다. 극저습환경 관리가 필요한 배터리 제조와 초미세 반도체 공정 등에서 정확한 습도 측정을 위해 쓰인다.
현재 산업 현장에 쓰이는 습도측정기는 주로 정전용량식 센서를 사용한다. 삼영에스앤씨는 이슬이 맺히는 미러 표면의 온도를 직접 측정하는 칠드미러 측정 기술을 적용해 기존 센서의 단점인 드리프트 현상(장기간 사용할 경우 측정값이 틀어지는 현상)을 극복했다. 또 정전용량식 습도센서로는 측정이 불가능한 상대습도 0.01%까지 정확하게 측정이 가능하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칠드미러 방식 습도측정은 수천만원에서 1억원을 호가하는 정밀 계측기에 적용되던 기술이다. 삼영에스앤씨는 독자 기술을 적용해 칠드미러 방식을 채택하면서도 제품을 소형화하고 가격도 기존 정전용량식 센서 수준으로 낮췄다.
1기가와트시(GWh) 규모 배터리 생산라인에 설치하는 노점계는 평균 50~100개다. 국내 배터리 3사가 국내외에서 250GWh의 설비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관련 매출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유럽 V사 수요를 대체해 시장을 양분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전고체 배터리 양산 라인 구축이 본격화되면 제품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 소재는 수분에 민감하기 때문에 기존 공정보다 더욱 엄격한 습도 관리가 필요한 데 현재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제품이라고 회사는 강조했다.
백남준 삼영에스앤씨 상무는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고정밀 표준계측기에 적용되는 기술을 보다 작은 크기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현해 용량형 습도센서 기반 측정기기 한계인 낮은 정밀도, 짧은 교체주기 등을 극복했다”면서 “반도체, 식품, 의약 등 저습 환경 관리가 필요한 분야 영업에 집중할 계획이며 향후 전고체 배터리 시장이 열리면 독점적 위치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