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의 신소재가 상용화되기까지 통상 10년 이상의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된다. 카이로스랩은 수만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 이 과정을 인공지능(AI)으로 혁신한다. 소재 분야에 특화한 AI 솔루션으로 '데이터 파운드리'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나섰다. 버려지는 연구개발(R&D) 데이터를 AI가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표준화해 가치있는 자산으로 만드는 일이다.
원자 단위부터 매크로(50나노미터 이상) 단위까지 아우르는 소재 분야 특화 AI 엔진인 '머티리얼 파운데이션 모델'도 핵심 기술이다. 이를 바탕으로 특정 산업군에 특화된 데이터를 결합해 최적 솔루션을 제공하는 '버티컬 AI' 모델도 만들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소재에 특화된 AI 플랫폼 'AIMI'를 구축했다. 방대한 소재 데이터를 학습한 특화 AI 엔진을 통해 복잡한 실험 과정을 시뮬레이션하고 최적의 물성을 예측하는 솔루션이다. 예를 들어 95% 이상 순도를 목표값으로 설정하면 AI 모델이 시뮬레이션 중 순도 95% 달성이 가능한 레시피를 추천해주는 식이다. 시행착오를 획기적으로 줄여 연구원들이 더 생산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데이터가 극도로 적은 상황에서도 유효한 예측 성능을 내는 기술은 카이로스랩만의 독보적인 강점이다. 경쟁사들이 주로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과 실제 실험 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높은 신뢰성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빠르게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독자적인 '고속 실험 기법'으로 실험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인터뷰〉 나준채 카이로스랩 대표 “영하 60도에서도 견디는 배터리 소재, AI가 찾아낸다”

“당장 필요한 소재가 아니라 차세대 먹거리를 위해 더 높은 성능 기준을 충족하는 소재들이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데이터와 AI 기술로 소재 개발 한계를 넘겠습니다.”
KAIST 출신 나준채 대표는 연예기획사인 이든나인 대표와 유심 기반 스마트카드 업체 터치웍스 공동창업자를 거쳐 2021년 신원용 연세대 교수, 이동우 성균관대 교수와 함께 카이로스랩을 설립했다.
핵심 아이템으로 '소재 AI'를 선택한 이유는 산업의 근간인 소재 분야가 여전히 데이터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소재에 특화된 AI 솔루션을 개발하려면 학습용 데이터가 필수지만 정제된 데이터가 구축된 기업은 많지 않다.
나 대표는 “소재 개발 데이터의 80%가 이미지, 실험노트 등 비정형 데이터인데다 연구원의 개인적 노하우 형태로 관리되다보니 기업들의 실험 데이터 유실률은 99%에 달한다”면서 “이 99%의 미활용 데이터를 지능형 데이터로 전환해 가치를 창출하고 경험적 연구의 한계를 극복할 것”이리고 말했다.
카이로스랩은 반도체 배선 소재, 배터리 전해질 등 차세대 전략 소재 개발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극지나 우주·항공용으로 사용되려면 영하 50~60도에서도 작동하는 새로운 배터리 소재가 필요하다. 극한 환경에서도 열화되지 않는 소듐 전해질 소재나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높은 고비강도 금속 소재를 AI를 통해 탐색한다.
나 대표는 “기존 AI 모델은 상관관계만 추적하기 때문에 데이터 범위가 일정 범주를 벗어나면 추론이 어려운 한계가 있다”면서 “단순한 상관관계를 넘어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AI를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