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앤에스전자(대표 최병철·신재호)가 차세대 반도체 기판으로 부상 중인 유리기판 사업에 진출한다. 유리기판 선두 주자로 꼽히는 앱솔릭스에 공급하는 내용으로, 신호 전달을 위해 유리에 구멍을 뚫는 'TGV' 공정과 메탈층을 형성하는 '메탈라이징'을 에프앤에스전자가 맡는다. 반도체 유리기판 양산에 돌입하는 건 에프앤에스전자가 세계 최초다.
에프앤에스전자는 최근 반도체 유리기판 공장을 설립하고, 가동에 들어간다고 1일 밝혔다. 회사는 지난해 말 SKC 자회사이자 미국 기판 업체인 앱솔릭스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에프앤에스전자가 유리기판 제조 핵심 공정을 맡아 처리하고 이를 앱솔릭스에 납품하는 것이 골자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 고객사가 반도체 유리기판 완제품을 생산하기 전까지의 공정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르면 상반기 내 본격적인 제품을 공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리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소재 기판의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기판으로 주목 받는 제품이다. 플라스틱(오거닉)보다 더 단단하기 때문에 세밀한 회로 형성이 가능하고 열과 휘어짐에도 강해 인공지능(AI) 등 고성능 반도체 구현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인텔과 AMD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유리기판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유리기판 제조는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기 위한 구멍(홀)을 뚫는 TGV 공정과 기초 회로층을 증착하는 PVD 공정으로 시작된다. 글래스관통전극으로 불리는 TGV 공정은 홀 편차를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으로, 기술 난도가 매우 높다.
에프앤에스전자는 회사를 설립한 2021년 5월부터 관련 공정과 장비를 개발해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다. 또 같은 해 구미 연구개발(R&D) 센터를 마련해 유리기판 공정에 필수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구미 R&D센터를 통해 유리기판 공정 수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력을 축적해왔다”며 “유리기판 관련 중장기 요소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고객의 다양한 기술 요구에 대응할 수 있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에프앤에스전자가 맡는 또 다른 공정인 PVD는 기판 회로 구현이나 코팅을 위해 박막을 증착시키는 것이다. PVD에서는 유리와 단단히 붙는 밀착력이 성능을 좌우한다.
에프앤에스전자는 각종 테스트를 거쳐 업계 최고 수준 밀착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또 증착 두께를 정밀하게 구현할 수 있는 기술로, 유리기판 상용화에 다가섰다는 평가다. 10마이크로미터(㎛) 이하 미세 회로와 절연층 형성 기술도 회사 경쟁력이다.
에프앤에스전자는 R&D가 미세회로 및 절연층 형성을 개발해온 인력들로 구성돼 있으며 주요 경영층도 인쇄회로기판(PCB), 평판디스플레이(FPD), 반도체 시장에서 20년 이상 사업 경험을 쌓아 유리기판 시장 진출을 준비했다. 510x515㎜ 유리기판 관련 공정과 장비, 생산 최적화 노하우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리기판 공장은 송도에 마련됐다. 클린룸 시설을 갖춰 대량 생산 체계로 확대, 발전시킬 계획이다.
에프앤에스전자는 “구미 R&D와 송도 생산기지를 기반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차별화된 생산능력을 구현할 방침”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제품·서비스 품질 및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 국내외 고객을 지속 확보, 향후 1조원 이상 회사로 성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