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C커머스 침투…실우치구(失牛治廐) 할 것인가

Photo Image
조성현 온라인쇼핑협회 사무총장

최근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에 큰 먹구름이 다가오면서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모양새다. 세계 시장에 비해 작은 시장 환경 속에서 국내 온라인쇼핑 기업들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 온라인쇼핑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막대한 자본력을 등에 업고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침투'하고 있다.

실제 통계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시장의 해외직구 규모는 지속 성장하고 있다. 기존에는 미국·유럽 시장 비중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중국이 이들을 앞질렀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의 앱 사용자 또한 연일 역대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다. C커머스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누군가는 중국 플랫폼의 국내 시장 침투가 플랫폼 간 경쟁을 유발해 가격 인하 결과로 소비자 후생을 향상시킨다고 한다. 또 국내 중소상공인들의 해외시장 진출 기회가 확대 된다고 한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될 수 있을까.

국내 주요 온라인쇼핑 사업자들은 국내 법령의 테두리 안에서 입점 업체 관계, 소비자 관계를 규율 받고 있다. 지난해 5월 출범한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를 통해 오픈마켓 분야와 소비자 보호 영역에서 법 이상의 것을 실천하고 있다. '자율규제'에 대한 갑론을박이 존재하지만 가능한 범위 내에서 상생방안 및 위해 제품으로부터 소비자 보호를 위해 자율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반면 중국 플랫폼은 '수수료 면제', '초저가 상품' 등 엄청난 자금을 투입, 유인책을 펼치면서도 별다른 규율을 받지 않는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나타나는 여러 불법적 내용에도 국내 법령 및 정책의 역외적용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집행권이 미치는 영역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중국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공정위, 개보위가 조사를 진행했지만 국내에 서버를 두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인해 자료 수집과 조사의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과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는 형국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유통·제조 생태계 위협도 무시할 수 없다. 초저가를 앞세운 중국 플랫폼 공습으로 소상공인 등이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 중국 상품을 국내 시장에 유통하는 구매대행업의 경우 저자본 청년 창업의 한축이었으나 업 자체가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 중국 플랫폼을 통한 중국 제품의 직접 진출 가속화는 유사제품을 제조·유통하는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시장 경쟁력을 급속히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종국에는 국내 제조·생산 기반까지 무너지는 산업 벨류 체인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위해(불법) 제품·가품 판매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역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소비자의 재산이나 생명 또는 신체를 위협할만한 피해가 상당하다. 지식재산권의 다수 침해 상품인 가방, 신발, 의류에 국한되지 않고 피부에 직접 접촉하는 화장품, 먹는 식품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인체에 유해한 납, 카드뮴 성분들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상품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선제적이지 않고 빠르지 않아 국내 소비자들은 지속적으로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중국 플랫폼에 대해 자율협약을 통해 자정해 나가게 하려는 최근 우리 정부 방향성은 이들 기업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과 같다. 분명한 국내법령 준수가 선행된 후 자율규제가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문제와 부작용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각계각층의 비판을 모면하려는 규제기관의 꼼수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엔데믹을 기점으로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세가 정점을 찍었다고 한다. 하지만 경제 불황과 고물가 시대, 기업 간 출혈경쟁 등의 여러 요인으로 극소수 사업자를 제외하고는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위 등 관련 부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 등 온라인 플랫폼 핀셋규제를 위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알리바바, 핀둬둬 등 모 기업과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중국 플랫폼과 경쟁 해야하는 국내 기업들에게는 비수(匕首)가 되고, 중국 플랫폼의 국내 시장 잠식을 도와주는 도화선 역할이 될 것이 자명하다.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후회를 할 것인지 아니면 소가 외양간에서 안정적으로 살기를 희망하는지 민·관·학이 머리를 맞대고 신중한 검토를 할 때이다.

조성현 온라인쇼핑협회 사무총장 chc@kolsa.or.kr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