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혁신 르네상스의 초입, 일신우일신의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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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근 조달청장

혁신의 시대다. 혁신이 경쟁력과 생존의 핵심 키워드가 된 지 오래고, 도처에 혁신이 넘쳐난다. 정부와 공공기관에 물품, 서비스, 시설 등을 공급하는 공공조달 영역도 예외가 아니다.

'기술혁신 K조달, 세계로! 미래로!' 4월 17일부터 사흘간 킨텍스에서 개최된 코리아 나라장터 엑스포 2024의 슬로건이다. 도로 위 위험 사항을 딥러닝 기반으로 분석해 보행자나 차량에 알려주는 예방시스템, 소음을 수집·중화해 백색소음으로 만드는 층간소음 중화시스템, 폭발물이나 마약 흔적을 발견하는 이동형 탐지기 등 혁신적인 기술이 적용된 수많은 혁신제품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 올해 신설된 인공지능(AI) 혁신상·최고혁신상 37개 중 한국기업이 17개를 휩쓸었다.

매우 고무적이다. 2019년 혁신제품의 첫 번째 구매자가 되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혁신제품 구매제도 등 정부의 각종 지원제도도 이런 성과 창출에 한몫했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아직 혁신 르네상스의 초입이다. 기회와 위기가 병존한다. 2020년대 들어 혁신과 변화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더 혁신하기 좋은 환경이 됐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혁신은 디지털 기술과 전통산업 융·복합으로 새로운 분야에서 가치창조를 가능하게 했다. 의료분야에서도 폐질환이나 치매·뇌졸중 등 폐·뇌영상 분석도 AI 기반 의료장비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기업이 마음 편히 기술혁신에 집중하기 쉽지만은 않은 환경이다. 지난 2월 국내 종합몰 앱 사용 순위에서 알리익스프레스 사용자 수가 818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0%의 증가를 보였으며, 테무 역시 518만명의 역대 최대 기록을 보였다. 중국 이커머스의 저가 공세가 우리 제조업의 혁신 엔진을 꺼뜨릴 수도 있는 위기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 역시 외국기업이 정부나 공공기관으로부터 과도한 보조금을 받고 EU 내 공공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불공정 경쟁으로 규제하는 역외보조금 규정을 작년 7월부터 시행했다. 아직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지만, 세계 보호무역의 확산 추세가 우리 기업이 치러야 할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혁신의 불꽃이 산업생태계 곳곳에서 피어오르고 있다. 성공이 계속되리라 속단하기는 어렵다. 혁신 르네상스의 소중한 불꽃들을 꺼뜨리지 않고, 잘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반짝 작은 성공과 탄탄한 큰 성공의 갈림길이다.

기업과 정부가 손을 맞잡아야 혁신의 길을 공고하게 다질 수 있다. 아이디어와 혁신, 기술력과 품질로 무장한 기업들이 온전하게 제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달청도 힘을 보탤 것이다. 스타트업 기업들이 초기에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앞서나가는 기업은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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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첫째로 혁신기업의 공공조달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공조달 길잡이'를 도입했다. 연간 209조원 규모의 공공조달 시장은 기업의 초기 판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미 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이 자그만치 57만여 개에 달한다. 그 중 97%가 중소기업이고, 창업 7년 이내 초기 기업도 18만7000개(33%)나 된다.

공공조달시장 밖에서도 무수히 많은 기업이 조달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조금 더 나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기업 입장에서는 공정과 경쟁을 원칙으로 삼고 각종 서류제출과 절차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공공조달의 문턱이 낮지 않다.

이런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공공조달 길잡이' 제도를 지난 3월에 시작했다. 조달청 본청 및 11개 각 지방청에 경험 많은 전담관이 공공조달 시장 진입을 맞춤형으로 원스톱 컨설팅한다.

둘째, 우수한 혁신기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 범정부적으로 칸막이를 제거하는 데 발 벗고 나섰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CB 인사이트가 111건의 스타트업 실패 사례를 분석한 결과(2021년)에 따르면, 1위가 자금 조달의 실패(38%), 2위가 시장수요 부재(35%)가 그 원인으로 나타났다.

하나의 기업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 정말로 다양한 분야에서 부족함이 충족되어야 한다. 제도적인 지원장치는 웬만큼 갖추어져 있다. 조달청도 벤처나라, 혁신제품 제도, 우수물품제도 등 기업의 성장을 돕는 다양한 트랙이 마련돼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에도 다양한 정책자금과 신용보증 프로그램이 있다.

문제는 지원 프로그램간 연계를 통한 시너지 창출이다. 더욱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올해 2월 12개 관계부처 포함, 25개 공공기관이 협업에 나섰다. 기술력이 검증된 기업에게 공공판로에 더하여 마케팅, 정책금융, 인력, 수출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패키지 지원하기로 했다.

셋째, 혁신기업이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외 조달시장을 중소기업 수출 신시장으로 개척할 것이다. 우리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경쟁 가능한 해외 조달시장은 연간 2조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국내 조달의 12배에 달한다. 2022~2023년 조사 결과, 조달기업 88%가 수출의향이 있지만 16%만이 수출에 성공했다.

정부의 전략적이고 실효성 있는 지원이 절실하다. 올해는 글로벌 트렌드와 해외조달시장 수요에 근거해 친환경 기자재, 재난·안전, 바이오·헬스 등 5대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유망분야 연관 전략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해외수출 성사를 위한 핵심요인은 초기실적(Track Record)이다. 작년 12억원의 해외실증 시범사업은 올해 70억원, 내년에는 150억원까지 늘려갈 예정이다. 해외실증을 통해 우리 제품의 우수성을 보여주고, 수출 마중물로 삼을 것이다.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라는 격언은 혁신과 공공조달의 영역에서도 예외 없이 유효하다. 작은 성공에 안주하거나 만족해 길을 잃어버리는 우(憂)를 경계한다. 열정과 도전 의식이 넘치는 우리 기업의 중단 없는 혁신 여정에 조달청도 끊임없이 샘솟는 정책 아이디어로 함께하겠다.

임기근 조달청장 lkk5@korea.kr

〈필자〉기획재정부 1·2차관실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친 '예산·정책 전문가'로 불린다. 1968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36회로 1993년 공직에 입문한 그는 기재부 예산실에서 복지·농림수산·지역예산 등 각 분야 담당 과장을 거쳐 예산정책과장, 예산총괄과장을 역임했다. 고위공무원으로 승진 후에도 행정국방예산심의관, 경제예산심의관, 예산총괄심의관 직을 수행하며 국가 예산편성을 총괄했다. 특정 사안에 얽매이지 않고 전략적인 시각에서 균형 있게 일을 처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혁신성장본부에서는 유망산업 발굴과 성장전략 수립 경력이 눈에 띈다. 공공정책국장, 정책조정국장을 맡으며 범정부 정책기획과 정책조정 분야로, 재정혁신국 재정기획심의관, 재정 정책과 관리를 책임지는 재정관리관(차관보)을 거치며 재정정책 분야로도 전문영역을 확장했다.

온화한 성품에 직급이 낮은 공무원의 고민을 잘 들어주고 긍정적인 메시지로 조직력을 높이는 '진취적이면서 섬세한 리더'라는 평을 받는다. 기재부 초임 과장 때부터 직원들이 선정한 '닮고 싶은 상사'에 세 차례 연이어 선정돼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다.

임 청장은 '공공조달은 7만여 수요기관과 57만여 조달 기업이 맞닿아 있는 정책 현장이자 경제 최일선'이라고 정의하고, 연간 200조원 규모의 공공조달을 민생경제 회복과 경제활력 제고에 전략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활력이 넘치는 역동적 조달시장,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공공조달 확립, 공공조달 인프라 선진화를 3대 추진 전략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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