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생성형 AI로 격변하는 국내 리걸테크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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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성 로앤컴퍼니 부대표(공동창업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은 세계 경제에 연간 최대 4조4000억달러(5886조원)를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가치만이 아니라, 작업자의 업무 시간을 최대 70%까지 줄여주는 혁신까지 불러온다. 이러한 변화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닌, 바로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생성형 AI의 경제적 잠재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생성형 AI가 만들어낼 가치와 업무 환경 변화를 이같이 전망했다. 해당 보고서 수치를 근거로 한국에서 만들어 낼 경제적 가치를 추산하면 연간 약 100조원 수준에 달한다. 또 맥킨지는 2030년에서 2060년 사이에 모든 업무의 절반이 자동화될 것이라 예상했다. 맥킨지는 당초 이 시기를 2035년에서 2075년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그 시기를 앞당겼다. 가공할 만한 잠재력을 지닌 생성형 AI는 글로벌을 포함해 국내 법률 서비스 시장에도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생성형 AI는 법률 서비스 시장을 어떻게 바꿔나갈까.

아직까지 변호사 업계에서는 생성형 AI가 법률 서비스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이며, 법조인 업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다. 오픈AI의 챗GPT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법률 답변이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생성형 AI의 활용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챗GPT가 아직 한국어 및 한국 법률 정보를 충분히 학습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생성형 AI가 불러올 변화를 제대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이미 기술 도입이 활발한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리걸테크 기업들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 법률 AI 소프트웨어(SW) 시장 규모가 2022년 13억달러(1조7300억 원)에서 2030년 87억달러(11조6300억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리걸테크 기업들도 지난해부터 생성형 AI 기반의 다양한 솔루션을 출시하며, 법률 서비스 시장의 변화를 빠르게 이끌고 있다.

지난해 6월, 글로벌 기업 톰슨로이터는 생성형 AI 기반의 AI 법률 비서 서비스 코카운슬(CoCounsel)을 운영하는 미국 리걸테크 기업 케이스텍스트를 6억5000만달러(약 865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회사는 앞으로 연간 1억달러씩 투자해 생성형 AI 기술을 주력 제품에 도입하겠다는 목표를 밝혔고, 실제 지난해 자사 법률 SW '웨스트로'에 해당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메타와 구글 딥마인드에서 AI를 연구했던 대표가 설립한 미국 리걸테크 스타트업 '하비'는 변호사가 요청하는 판례 검색 및 분석, 계약서 초안 작성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챗GPT 기반의 '하비 AI'를 운영하고 있다. AI 기술을 서비스에 적극 도입하며 빠르게 성장한 하비는 지난해 말 80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7억1500만 달러(약 952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고, 유니콘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글로벌 리걸테크 기업의 국내 진출 소식도 들린다. 3월 초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법률 정보 기업 '렉시스넥시스'는 생성형 AI 기반 솔루션 '렉시스플러스 AI'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사전 행사를 열었다. 미국 법률 체계를 기반으로 설계된 법률 AI 솔루션으로 챗봇을 통해 법률 검색, 법률 문서 초안 작성, 법률 문서 요약 및 분석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해당 서비스는 미국에서 먼저 출시해 이용자를 빠르게 확보하고 있으며, 회사는 '서비스를 통해 주당 평균 11시간을 절약하고 있다'는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이용자 반응을 소개한 바 있다.

해외 기업 사례에서 보듯 생성형 AI 기술은 법률 서비스 시장에 빠르게 진입해 변호사 업무 효율성을 높이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양한 기업에서 최신 AI 기술을 활용해 혁신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은 물론 반길 일이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의 국내 진출 소식에 국내 리걸테크 기업들의 움직임이 더욱 바빠졌다. 여러 갈등과 규제 등으로 법률 AI 기술 발전이 많이 뒤처진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법률 AI 기술 주권을 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최근 로앤컴퍼니는 글로벌 AI 전문기업 업스테이지와 국내 최초 한국어 및 한국 법률에 특화된 'LLM 파운데이션 모델' 공동 개발을 위한 협약을 진행했다. 업스테이지는 지난해 세계 개방형 AI 기능평가에서 오픈AI, 메타 등 쟁쟁한 빅테크들의 언어 모델을 제치고 자체 개발 AI 모델로 1위를 차지한 곳이다. 법률 AI와 거대언어모델 개발 분야에서 탁월한 기술력을 갖춘 토종 기업들이 법률 AI 기술 주권 수호를 위해 협력을 강화했다는 것에 의미가 크다. 이 외에도 국내 리걸테크 기업들은 '법률 AI 챗봇' '한국 법률 특화 소형언어모델 개발' 등 생성형 AI 기술 기반의 연구 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3월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내 대표 AI 기업들을 만나 튼튼한 AI 혁신 생태계 구축을 위한 논의 자리를 마련했다. 분야는 달라도 AI 기술을 활용해 혁신을 만들어가고 있는 기업들은 국내 기업 성장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한목소리로 호소했다. 리걸테크 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로앤컴퍼니는 글로벌 리걸테크 기업들의 국내 진출 상황을 전하며 법률 분야에서도 AI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말한 생성형 AI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법률 서비스 시장을 크게 변화시킬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그 변화는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이 될 것이다. 미국 법률 서비스 시장만 보더라도 생성형 AI를 적용한 다양한 리걸테크 솔루션은 변호사의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함으로써 변호사가 법률 자문 및 소송 전략 수립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변호사의 업무 생산성이 높아지면 단위 시간 당 변호사가 처리할 수 있는 사건 수가 늘어나고, 더 많은 국민들이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는 누구나 필요한 법률 서비스를 적시에 받을 수 있게 되어, 누구든지 법 앞에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 변호사 1인당 보다 많은 사건을 맡을 수 있게 되며, 변호사 개인 및 로펌의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동시에 전체 법률 서비스 시장 규모도 확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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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기술 활용한 글로벌 리걸테크 서비스

이처럼 생성형 AI를 법률 서비스 시장에 활용하는 것은 기술적 발전을 넘어 변호사의 업무 생산성 향상, 국민들의 법률 서비스 접근성 제고를 위해서도 가치 있는 일이다.

국가 간 경계를 뛰어넘는 기술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이제 남은 것은 국내 기업들의 법률 AI 기술 역량 강화와 급변하는 기술 변화 속에서 실기하지 않도록 산업 발전을 위한 실효적이고 확실한 지원을 해주는 일이다.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이자 수년 내 약 87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법률 AI 시장을 누가 주도할지, 그 주인공들이 결정될 순간이 목전에 다가오고 있다.

정재성 로앤컴퍼니 부대표·공동창업자 js.jung@lawcompany.co.kr

〈필자〉고려대에서 산업공학과 금융공학을 전공으로, 경영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했다. 졸업 후 약 3년간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앤드컴퍼니'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하고, 법률서비스 시장에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변화를 일으키고자 2012년 김본환 대표와 '로앤컴퍼니'를 창업했다. 현재 로앤컴퍼니는 국내 1위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을 비롯해 법률 정보 검색 서비스 '빅케이스' 등 법률서비스의 대중화와 선진화에 기여할 서비스를 다양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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