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양산 장비인 열압착(TC) 본더를 삼성전자에 공급할지 관심이 쏠린다. 양사 거래는 10년 이상 없었지만 HBM 시장 확대로 재개의 발판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이어 마이크론에도 TC 본더를 납품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이 HBM을 생산하기 위해 한미반도체 장비를 구매하는 것이 골자로, 한미반도체가 마이크론에 HBM용 장비를 공급하게 되면 SK하이닉스 이후 처음이다.
한미반도체는 그동안 SK하이닉스에만 HBM 장비를 납품했다.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을 주도해온 데다, 양사가 HBM 분야에서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등 초기 시장 개척에 협력한 만큼 독점적인 공급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제 그 기간이 끝나면서 한미반도체는 고객사를 확장할 수 있게 됐고, 마이크론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확산에 따라 HBM 사업을 본격 추진하면서 양사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한미반도체 장비로 생산하는 것을 눈여겨 보지 않았겠느냐”면서 “한미가 TC 본더를 개발한 초기서부터 마이크론도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HBM 본딩 외 다른 후공정 장비는 한미반도체가 마이크론에 공급, 협력 관계를 꾸준히 이어왔다.
한미반도체 TC 본더는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으로 제작된 반도체 칩을 웨이퍼에 적층하는 장비다. 열을 가해 D램을 접합한다. 한미반도체 장비는 열을 가하는 접합부(헤드)가 경쟁사 대비 많아 생산성이 뛰어나다. 또 110건이 넘는 HBM 장비 특허를 확보했고, SK하이닉스에 다년간 장비를 공급하면서 성능과 신뢰성을 입증했다. 마이크론이 한미반도체를 택한 이유로 풀이된다.
이제 이목은 삼성전자에 집중된다. 세계 3대 메모리 업체 중 SK하이닉스에 이어 마이크론의 장비 도입까지 유력시 돼 삼성전자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도 HBM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어 협력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양사는 협력 논의를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과거 삼성전자와 한미반도체는 소송을 벌인 전례가 있어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한미반도체는 세메스에 흡수합병된 세크론을 상대로 지난 2011년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세크론이 자사 특허를 침해해 패키지 절단 및 분류 장비를 개발했고, 이를 삼성전자에 납품하면서 한미반도체가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소송은 이듬해 한미반도체 승소로 끝났다.
한미반도체는 삼성전자와의 공급 추진 여부에 대해 “영업 상황을 비롯한 고객사 정보는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