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게 왕', '킹크랩 왕' 등으로 불리는 수산업 재벌 올레그 칸이 국제수배 중 사망한 가운데, 그의 죽음이 연출된 것이라는 의혹이 나왔다.
21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현지 검찰총장은 지난 2010년 사업가 발레리 피덴코의 살인을 교사한 혐의로 국제 수배된 칸이 여전히 살아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1967년생의 칸은 러시아 사할린 지역에서 게와 새우 등 수산물을 수출해 부를 축적한 인물이다. 블라디보스토크 중심부에 여러채의 건물을 소유하고 있으며 그 중에는 국영 백화점, 레스토랑 등도 있다.
2005년 3월 가슴과 복강 등에 총격을 당한 그는 이를 사주한 인물이 경쟁 수산업자 발레리 피덴코라고 여기고 2010년 청부업자를 고용해 그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또한 범죄 조직을 구성, 3000톤에 달하는 킹크랩 등 해산물을 불법으로 포획하고 수출해 36억 9만루블이 넘는 세금과 관세를 포탈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 한국, 일본 등에 밀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검찰은 최소 지난 5년간 한국 거주 허가를 받은 상태에서 러시아의 전략적 식량 자원인 고급 게를 허가 없이 수출하며 국가 경제 안보를 위협했다고 판단했다.
살인 교사와 밀수 등 혐의를 받았으나 잠적하면서 국제 수배자 명단에 오른 칸은 도주 중인 지난해 2월 14일,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지 검찰은 그의 사망이 동명인으로 조작한 '연출된 죽음'으로 보인다고 최근 밝혔다.
칸이 활동한 러시아 사할린과 상트페테르부르크 당국에 그의 사망이 등록되지 않았다는 것을 그 근거로 들었다. 또한 칸의 친척 중 사망신고 의무에 따라 등기소에 신고한 사람은 없었다는 것도 근거가 됐다.
하지만 이에 반박해 칸 가족의 변호사들은 사망자 명단에 그의 신상정보와 완전히 동일한 인물이 등록돼 있다며 그의 사망을 승인하고 사건을 종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국의 전자 데이터베이스에는 칸과 이름, 생년월일이 같은 사람이 지난해 2월 14일 영국에서 췌장암으로 사망했으며, 장례는 한국에서 치러졌다는 정보가 올라왔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