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교육부는 20일 비수도권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리는 것을 핵심으로 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배정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파격적이다. 무엇보다 당장 내년부터 늘어날 의대 정원 2000명 중 82%에 달하는 1639명을 비수도권 대학에 배정했다. 또 수도권 의대 증원분인 361명은 모두 경기·인천 대학에 배정하고, 서울의 8개 의대 정원은 동결했다.
정부가 제시한 의대 정원 증원의 핵심은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이다. 모든 국민이 어디서나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의료 개혁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비수도권에 정원 증원분의 대부분을 배정한 것은 그 결과다.
특히 7개 지역거점 국립의대 정원은 일률적으로 200명으로 통일시켰다. 권역책임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지역 필수의료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의료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또 지역 소규모 의대도 총정원을 100명 수준으로 만든 것도 그 일환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의대 증원이 핵심 당사자인 의료계와의 원만한 협의 없이 사실상 밀어부치기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배정 결과 발표는 위원회가 꾸려진 지 닷새만에 이뤄졌다. 각 대학들의 수요조사 접수 완료 시점까지 기간을 늘리더라도 보름밖에 걸리지 않았다. 당장 내년부터 의대 정원이 대폭 늘어나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빠른 결정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불안하다. 의료계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20개 의대 교수들이 참여하는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25일부터 사직서 제출을 시작하기로 의결했다. 의대 정원이 1년만에 65%나 늘었는데, 이들을 가르칠 교수가 없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당장 정원이 4배나 늘어난 한 지방 의대의 교육이 제대로 될지도 의문이다.
저출산·고령화와 지방소멸의 위기 탈출구 중 하나가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이라는 점을 부인할 국민은 없다. 다만 이해 당사자들간의 원만한 협의와 타협이 선행되길 바라는 것도 당연하다.
이주호 부총리는 현장의 목소리를 더욱 경청하고, 직접 대학을 방문해 적극 소통하겠다는 다짐을 내놨다. 이 같을 발언이 허언이 되지 않도록 세심한 타협과 조율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미완의 의료개혁은 국민을 힘들게 할 또 다른 불씨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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