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공급망실사법 승인…“ESG 위반 韓 기업과 거래 시 매출 5% 과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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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유럽연합(EU)이 기업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의무화하는 공급망실사법을 승인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에어프랑스 등 EU 기업들은 환경·인권보호를 위반한 역외 기업과 거래한 사실이 적발되면 글로벌 매출 5%를 과징금으로 물어낼 수도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은 ESG실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대응시스템을 갖춰야한다는 지적이다.

EU이사회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27개국 대사급 상주대표회의에서 '기업의 지속 가능한 공급망 실사 지침'(CSDDD)을 가결했다고 밝혔다.

CSDDD는 기업 경영 활동으로 초래되는 환경·인권에 대한 실제적·잠재적 부정적 영향에 대해 기업 스스로 식별·예방·완화하고 정보를 공개하도록 의무를 부과한다. 위반하면 연 매출액의 최대 5%까지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CSDDD 시행 시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 연립정부 내 의견 불일치로 기권한 바 있다. 이탈리아, 프랑스 등이 가세하면서 EU 승인 투표가 최소 두 차례 연기된 바 있다.

EU의장국 벨기에는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규제 적용 기준을 크게 낮춰 최종안을 승인을 이끌어냈다. 지침 승인이 선거 이후로 미뤄지거나 자칫 폐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타협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AFP 통신에 따르면 CSDDD 적용 대상 기업 기준이 EU 회원국 내 직원 수 1000명 이상이고 전 세계 매출액 4억5000만유로(약 6540억원) 이상으로 낮아졌다. 원안에는 직원 수 500명 이상, 전 세계 매출액이 1억5000만유로(약 2180억원) 기업이 대상이었다. 노동조합이 CSDDD 의무를 지키지 않는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관련 문구 또한 삭제됐다고 전한다.

CSDDD는 27개국 장관과 유럽의회가 공식 승인한 뒤 발효되며 실제 시행 시기는 2027년 전후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지침이 본격 시행되면 EU 역외 기업 또한 직·간접적 영향권에 들게 되므로 유럽에 진출한 한국 기업도 사전 준비에 나서야한다고 지적했다.

오지헌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일부 EU 회원국의) 막판 강력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CSDDD는 결국 EU이사회까지 통과돼다”면서 “물론 당초 입법안보다는 적용대상 범위, 이의제기 요건 등 규제가 완화됐지만 방향성은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EU시장을 공략해야 하는 우리 기업들로서는 이제 ESG실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대응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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