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올해 배터리 업황 둔화에도 지난해보다 개선된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올해 투자 확대를 위해 외부 차입을 활용할 예정으로 북미 단독 공장 설립도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최 사장은 20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제54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고금리 지속 영향으로 전기차 시장은 단기적으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빠르면 내년을 기점으로 중장기적으로는 큰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전체적으로 시황이 어렵지만 올해 매출과 이익을 작년보다 더 내는 걸 목표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매출 22조7083억원, 영업이익 1조633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지난해보다 증가시키겠다는 것이다.
올해 투자 계획과 관련해 최 사장은 “시장과 고객 수요에 근거해 저희가 수립한 중장기 사업 전략에 따라 현재 계획된 투자를 차질 없이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투자 자금 조달은 내부 유보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기본 원칙이지만, 투자 사이클과 리턴 밸런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발생해 일정 기간 동안에는 외부 차입을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 신용도는 높은 수준인 만큼 미국과 유럽 투자 확대가 필요할 경우 현지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설비투자로 4조3447억원을 집행했는데, 북미 합작공장 증설이 이뤄지고 있어 올해는 이보다 투자를 확대한다.
최윤호 사장은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전지에 대해 “지난해 전고체 파일럿 라인을 수원에 셋업했고, 다수 완성차업체(OEM)에 샘플을 공급해 현재 평가를 진행 중”이라며 “올해는 전고체 전지 핵심 소재 공급망(SCM)을 구축하고 양산 성능을 확보하는 등 양산 준비를 차질 없이 진행해 계획대로 2027년에 양산하겠다”고 기존 계획을 재확인했다.
삼성SDI 주가가 주춤한 점은 사과했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일부 주주들은 소극적인 배당 정책과 주가 상승 폭이 높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그는 “저희 배당이 충분치 않고 주가가 주주분들이 원하는 수준에 못 미치는 부분에 대해서는 회사 대표로서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배터리 사업은 중장기 사업인 만큼 단기간 주가가 내려가고 올라갈 수 있지만, 장기적인 미래 전략을 확실히 준비해 다른 경쟁사 못지 않은 훌륭한 주가를 만들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주총 이후 취재진과 만나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와 46파이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냐'고 묻는 말에 “처음 (GM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때부터 각형과 원통형을 동시에 하는 것으로 준비했다”며 “그 구도는 계속되고 있다”고 답했다.
북미 공장 증설 계획에는 “(완성차 업체와) 합작공장(JV)을 확대하고, 단독 공장도 준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삼성SDI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3가지 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의결됐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