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소부장 기업, 치열한 유리 기판 '기술 열전'

반도체용 유리 기판 시장이 개화하면서, 공급망을 책임질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의 행보도 빨라졌다. 유리 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기판과 구조적 특징과 물성이 상이한 만큼 새로운 소부장·기술이 요구된다. 주요 유리기판 제조업체와 소부장 기업 간 합종연횡도 예상된다.

필옵틱스는 유리 기판 핵심 기술인 글래스관통전극(TGV)과 절단 장비를 개발했다. TGV는 유리 기판에 미세한 전극 통로를 형성하는 기술이다. 유리는 플라스틱과 견줘 깨지기 쉽다는 특성이 있어 미세한 구멍(비아홀) 가공이 어렵다. 유리기판 구현의 기술 난제로 꼽힌다.

필옵틱스 TGV 장비는 레이저 기반으로 유리 기판에 초미세 구멍을 뚫을 수 있다. 레이저 기술을 활용, 구멍 가공 속도가 기존 장비 대비 48배 빠르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공정 생산성이 개선되는 만큼 장비 활용 폭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필옵틱스는 레이저 TGV 장비에 이어 유리 기판 절단 장비도 확보했다. 디스플레이 유리 원장을 레이저로 가공하는 원천 기술을 접목, 기판을 개별 칩으로 자를 수 있다. 유리 기판용 절단 장비의 첫 국산화 사례로 알려졌다.

태양광 설비 업체인 에스이에이(SEA)도 반도체 유리 기판용 장비를 출시했다. 지난 2019년 유리 기판 패키징 습식 장비 연구개발(R&D)에 80억원 이상을 투자, 최근 앱솔릭스의 미국 조지아 공장에 제품을 공급했다.

에스이에이는 반도체 부문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 중인데, 해당 장비를 앞세워 성장성이 높은 유리 기판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7년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하는 게 회사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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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이에이 임직원이 첫 반도체 패키징 장비를 출하하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켐트로닉스와 하나기술도 반도체 유리 기판 시장에 뛰어들었다. 켐트로닉스는 전자용 부품·화학 소재 업체이고 하나기술은 이차전지 장비사지만, 유리 기판 시장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켐트로닉스는 레이저와 식각을 결합해 유리를 가공, 기판에 미세 구멍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플라스틱 유기 재료는 외부 자극에 쉽게 손상돼 미세 구멍 공정에 식각 공정을 적용할 수 없었지만, 유리를 사용하면서 식각이 가능해졌다.

하나기술은 초박형강화유리(UTG) 가공 장비를 개발했다. 기존 레이저 커팅 방식이 아니라 열면취 기술로 유리를 박리한다. 독성물질 사용과 오염물질 배출 없이 유리를 정밀하게 가공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소재 분야에서는 유리 전문 업체인 코닝과 쇼트가 반도체 유리 기판 시장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코닝과 쇼트는 본사가 각각 미국과 독일에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차세대 제품 R&D에 나서고 있다.

코닝은 열평창계수(CTE)가 3.2ppm/°C로 낮은 유리를 출시했다. 유리 기판 장점은 기판 휨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선 CTE가 낮은 소재가 필요하다. 코닝은 유리 CTE뿐만 아니라 총두께편차(TTV)가 낮고, 투명도도 높아 반도체 수율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쇼트는 최대 크기가 600밀리미터(㎜), 두께가 0.1㎜~1.1㎜인 첨단 패키징용 특수 유리를 개발했다. 반경이 25마이크로미터(㎛)인 수백만개의 홀이 있어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등 고성능컴퓨팅(HPC) 제품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제품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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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패키징용 유리 기판 주요 소부장 기업 현황 - (자료=업계 취합)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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