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칼럼〉JYP의 조언: 창의성과 대한민국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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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성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AI전문대학원장

수년 전에 '슈퍼스타K'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인 가수 박진영씨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상위권에 오른 사람들은 대부분이 한국에서 학교를 중퇴했거나, 외국에서 자라고 공부한 사람들이다.” 이는 가수 박진영씨가 대한민국 교육을 창의성 측면에서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과 동시에 간접적으로 현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이다.

예컨대 우리나라 고등학생이라면 대부분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다. 수능 영어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이 영어책이 아닌 EBS교재 지문을 '한글로 번역한 책'으로 공부한다고 한다. 수능 문제는 정부가 사교육 방지를 위해 EBS 교재에서 일정 부분(50%)을 연계하여 출제하기 때문에, 특정 지문 내용을 미리 알고 있으면 정답을 찾기 쉽기 때문이다.

이것도 그나마 종전 연계 비율이 70%에서 50%로 줄어든 것이다. 이런 현상을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대한민국 교육은 교육과정 내 어떤 과목에서 특정한 내용을 배워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고, 정답이 교묘하게 숨겨져 있는 시험에서 주어진 시간 내 신속하게 '정답 찾기'를 배우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 입시를 염두에 둔 교육은 누가 더 빨리, 실수 없이 정답을 많이 찾는가 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창의성과는 거리가 먼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결과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높다는 미명 아래 100% 선다형으로 출제되는 시험에서 창의적 대답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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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TV 프로그램의 하나인 'Believe It or Not(믿거나 말거나)'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한국 고등학생들이 새벽부터 밤까지 살인적인 학교 공부 생활을 방송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OECD보고서에 의하면 학교에 머무는 시간과 학력의 차이는 거의 관계가 없다는 결론이다.

예컨대 핀란드는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전 세계에서 가장 적은 나라 중 하나다. 대한민국은 학생들은 가장 오랜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 나라 중 하나라고 한다. 그런데 학력 국제비교평가에서 두 나라는 거의 비슷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결론적으로 AI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현재의 교육과정과 평가 방법을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 한 예로 프랑스에서 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은 모두 '대학입학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Baccalaureate)를 치러야 하는데, 고등학교 졸업생 중 50% 정도가 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얻는다.

대부분 논술이나 구두시험으로 실시되는 이 시험에서 50% 정도가 합격하여 대학에 진학한다.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시험은 논문 형태로 4시간에 걸쳐 작성하는 철학문제인데, 매년 입시철이 되면 이 시험에 출제된 철학 문제의 주제가 어떤 것이었는지 장안의 화제가 된다. 그 문제 중 하나가 다음과 같다. “역사는 인간에게 오는 것인가 아니면 인간에 의해 오는 것인가”

김경성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AI전문대학원장 kskim3@assist.ac.kr

◆김경성 원장=서울교대 총장, 전국교원양성대학교총장협의회장,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위원장을 역임했다. 고려대 교육학과 학사, 캘리포니아대학교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박사를 마쳤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