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소위 전자파 전문가인 필자에게 묻는 질문은 손 선풍기 사용하면 암에 걸리는지, 선인장·숯·황토·차단 스티커가 전자파로부터 보호 효과가 있는지, 블루투스, 인덕션 주방기기, 초고속 WiFi 6E 등 새롭게 도입되는 장치들은 안전한지 등이다.
무엇 하나 속 시원히 답을 해줄 인터넷 정보도 관련 책자나 학자도 찾기 어렵다. 오히려 그 틈을 타고 검증 안 된 잘못된 정보와 악성 유해성 자료들만 증폭 재생산돼 대중 매체를 휩쓸고 있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한 시민단체가 2018년 8월 첫 발표 후 2022년, 2023년 여름마다 휴대용 선풍기 전자파가 인체에 매우 위험하다는 자체 측정 결과를 발표했다. 그 후 국립전파연구원에서는 국민 안전을 위해 시중에 유통 중인 휴대용 선풍기 전 품목을 수거해 전자파 노출량을 측정 분석한 결과, 모든 품목이 인체보호 기준을 만족한다고 발표하고 홈페이지에도 공개했다.
시민단체 발표와 정부의 반론 보도 후 과연 국민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혼란만 가중되고 누구 말이 맞는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기관이나 전문가를 통한 기준확인 및 검증 필요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항상 그렇듯이 잠잠해지면 잊혀진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전자파 위해성에 대한 자극적인 정보 즉, '전자레인지 괴담', '휴대전화 뇌암 발생', '국제 암연구소의 전자파 발암 등급 발표'로 국민의 불안감이 필요 이상으로 조장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 바 있다.
지난해 6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전자파가 생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어떤 원리로 질병을 유발하는지, 우리 주변의 전자파 노출 환경은 어느 정도 인지를 논하는 BioEM2023(국제생체전자파학회)이 열렸다. 5G 기지국·휴대전화 및 무선전력전송 기기, 전기차 등의 전자파 인체노출량 평가방법, 기지국 및 생활환경의 전자파 모니터링,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을 들으면서 전세계가 전자파에 대해 걱정하고 갈등하는 양상이 우리나라와 대동소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위스에서는 실제 환경에서의 전자파 모니터링 연구를 진행했는데 인체보호기준 대비 미미한 수준으로 국내의 환경 측정값과 매우 유사한 값이었다. 일본에서는 6000명의 국민을 상대로 웹 기반 전자파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국내도 정례적으로 대국민 전자파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올바른 전자파의 인식 제고를 위한 정책 방안을 마련하는 기초자료로 사용하면 좋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국내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전자파 인체영향에 사회적 관심이 대두됐다. 특히 2000년에 디지털과 전자기기 도입이 일상화되면서 전자파 인체보호기준 및 측정방법이 전파법에 도입된 후부터 이 분야의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동안 전자파 인체영향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정부, 연구소, 대학, 기업 등 전자파 생체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국전자파학회 '전자장과 생체 관계연구회'를 통해 전자파 생체 및 인체영향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유익한 정보를 공유해 왔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인체보호기준과 전자제품 안전성 여부를 확인해 주는 인증제도를 가지고 있는데 언론에 검증되지 않은 이슈가 나올 때마다 왜 국민은 정부의 발표에 의문을 품는 것일까.
전자파 유해성 논란이 발생할 때만 일시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전자파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꾸준히 정보전달 체계를 구축하고 미디어를 통해 지속해서 사실에 근거한 내용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굳이 전자파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매우 수동적으로 대응해 왔다면 이제는 적극적으로 자주 정확한 전자파 홍보를 할 대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에게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정보제공을 통한 소통 강화에 힘쓰고, 산업계에서는 복합 전파환경 구축 때 안전한 전자파 이용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국민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이해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정보 습득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건전한 소통 관계 형성이 이뤄질 때 정부의 전자파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다.
김남 충북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한국전자파학회 협동부회장 namkim@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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