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에서는 청년 공무원의 이탈이 자주 보도되고 있다. 오랜 공무원 준비를 거쳐 입직했지만, 또래 대비 박봉에 소위 말하는 진상 민원인으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폭력에 견딜 수 없어진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공무원은 빠른 속도로 공직사회를 이탈하고 있다. 안정적인 꿈의 직장으로 큰 관심을 받았던 공직이 경직된 조직문화와, 낮은 보수 등의 이유로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최근 5년 사이 공무원의 퇴직은 2배 이상 증가했는데, 대부분 MZ세대로 추정되고 있다. 기대와 다른 업무내용과 업무환경은 대졸 청년으로 하여금 오랜 시간의 노력과 투자의 결과를 포기하게 만드는데, 공직 사회 뿐 아니라 일반 사기업에서도 이처럼 MZ 대졸 청년의 이탈은 이전 세대와 비교하여 뚜렷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직업을 가진 현대인에게 일이란 생각보다 큰 의미를 가진다. 주 40시간 근무제도가 2004년부터 도입되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OECD 기준 임금근로자 1인당 연간 실근로시간은 1904시간으로 38개 회원국 중 5위에 해당한다. 즉 우리 삶에 있어 일을 하면서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우리의 시간의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을 하면서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결국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고, 큰 괴로움을 줄 수 있다. 나아가 일의 결핍이나 부재는 국가적, 경제적 사회적 혼란 또한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실업률과 고용률은 항상 정부가 주목하는 지수기도 하다. 일이 가지는 의미와 중요성을 고려하면 진로 의사결정과 이로 인한 만족스러운 직업의 선택은 보다 강조될 필요가 있다.
지난 60년간 진로학계에서는 직업의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이론을 제시했는데, 이 이론은 한결같이 흥미와, 적성과 같은 개인의 내적 특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사회가 보다 복잡해지면서 개인의 내적 특성만으로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거나, 경력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됐다. 개인 특성보다 최근에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요인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 높은 청년실업률이나, 줄어들지 않는 경력단절여성의 규모, 늘어나는 비정규직 규모 등을 보면 이는 국가차원의 사회문제와 이중 노동시장 문제와 같은 구조적·사회적 문제로부터 야기되기 때문이다.
2016년에 소개되어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인 일의 심리학 이론(PWT: Psychology of Working Theory)은 개인의 흥미나 적성같은 심리변인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 없는 경제 사회적, 외부 환경적 제약이 있음에도 구직자가 소위 말하는 '괜찮은 일(decent work)'을 획득해나가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제안됐다. 과거 이론에서 부수적으로 고려됐던 사회 문화적, 경제적 요인의 영향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개념이다. 해당 이론은 개인이 속한 태생적 특성에 따른 사회적 소외, 경제적 제약, 진로에 대한 적응성과 일에 대한 자유의지가 괜찮은 일에 진입하는 것에 영향을 미치고, 괜찮은 일은 개인의 사회적 연결욕구, 심리적 안녕, 일에 대한 충만감 등 우리로 하여금 일을 계속하게 하는 다양한 심리적 요인에 영향을 미친다. 기존의 진로 관련 이론보다 다소 복잡하지만, 간과되었던 다양한 요인에 대한 현실적인 고려를 가능하게 해준다.
청년 취업, 특히 대졸자의 취업을 촉진하고 지원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다양한 정책제도를 기획·실행하고 있다. 특히 고용노동부의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사업과 최근에 소개된 재학생 맞춤형 고용서비스 사업 등이 대표적으로 재학생 및 졸업예정자를 위해 운영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해당 사업의 내용을 살펴보면 여전히 다소 전통적 진로개발이론에 기반하여 개인의 적성과 관심 등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전 세대와 비교하면 다양한 지원제도가 있음에도,청년의 직장적응의 어려움이나 직업에 대한 불만족이 높아지는 있는 것은 보다 복잡해진 사회경제적 상황에서 다양한 측면들이 고려되고, 지원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심지현 숙명여자대학교 인적자원개발학과 교수 shimx013@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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