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장비사에 '무인화' 기능 필수 요구

Photo Image
삼성전자 천안 공장 전경 (자료: 삼성전자)
2030년 완전 무인공장 전환
자동화 기능 없인 납품 불가
웨이퍼 이송·로봇 협업 확대
AI·SW 활용 관제기술 중요

삼성전자가 반도체 패키징과 테스트를 하는 후공정 공장(팹)을 완전 무인화한다. 후공정 팹에 새로 도입되는 장비에는 '자동화' 기능을 의무 탑재토록 했다. 사람 손이 필요한 작업을 배제하겠다는 의지로, 2030년 목표로 내세운 100% 무인 공장 전환을 위한 행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국내외 반도체 후공정 장비 업체가 개발하는 제품에 무인·자동화 기능을 필수로 요구하고 있다. 무인·자동화 기능 없이는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복수의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로부터 웨이퍼 이송 등에 무인·자동화 기능을 추가해야한다는 요청을 받고 있다”며 “시제품을 개발해도 자동화가 완료돼야 최종 납품 승인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특히 웨이퍼 이송 자동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웨이퍼는 팹 천장에 구축된 웨이퍼이송장치(OHT)를 통해 각 공정 장비로 옮겨진다. OHT에서 웨이퍼가 담긴 통(풉)이 내려와 장비에 넣는데, 그동안에는 사람의 손이 필요했다. 삼성은 이 과정을 센서·이송로봇을 통해 자동화하려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풉 외 카세트·매거진·트레이 등 반도체를 이송하는 자재 역시 자동 이송으로 전환하고 있다. 사람이 직접 웨이퍼와 칩을 장비에 투입하거나 꺼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서다.

한 반도체 패키징 장비 업체 대표는 “장비 내의 각종 부품도 자동으로 교체하는 기능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구동 모터·이송 로봇 장치 업체와의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Photo Image
반도체 후공정 팹 자동화 라인 전환 시 응용 분야별 변화

삼성전자의 이같은 행보는 반도체 제조 혁신을 위한 스마트 팹 전략의 일환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 100% 무인 공장 전환을 목표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인력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구현하는 '전(前)공정'은 90% 이상 무인·자동화가 이뤄졌지만, '후(後)공정'은 상대적으로 미진하다. 현재 삼성전자 후공정의 무인화는 20~30%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비중을 끌어올리는 것을 핵심 과제 삼아, 삼성전자는 신규 장비들에 자동화 기능 탑재를 사실상 의무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천안과 온양 후공정 팹 일부에 세계 최초로 완전 무인화 라인을 구축했다고 공식화한 바 있다. 새롭게 추가되는 후공정 팹과 기존 라인의 장비 교체에는 완전 무인화를 최우선으로 둘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무인화 전략이 반도체 부품·장비 업계에 미칠 영향은 상당해 보인다. 삼성은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자 세계 2위 파운드리 회사다. 웨이퍼 절단·세정·분류·접합·계측·검사 등 반도체 제조 공정 전체 영역에서 자동화와 무인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지 못하면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인공지능과 같은 소프트웨어 기술이 반도체 장비 업계의 경쟁력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공장 자동화는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핵심 트렌드 중 하나”라며 “앞으로 클린룸 안에 투입되는 인력은 최소화하고 외부에서 관제만 하는 수준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