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일부 해소 기대...경영 정상화 박차 가할 듯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2020년 9월 1일 이 회장을 기소한 지 약 3년 5개월 만이다. 이날까지 107차례의 재판 끝에 1심 재판이 마무리됐다.
검찰의 항소 가능성이 있지만 이 회장과 삼성은 1심 판결로 3년 5개월에 걸친 사법 리스크를 상당 부분 해소하는 것은 물론 이 회장의 '뉴삼성' 비전 달성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등 13인에 대한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검찰이 기소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판결했다.
법원은 이날 “2015년 3월과 5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양사의 합병 필요성과 장애사유 등 검토를 거친 점이 인정되고, 양사 이사회의 실질적 검토에 따라 진행됐다고 봤다”면서 “경영권 강화, 승계만이 유일한 목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사업적 목적이 있어 모두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또 “합병을 통한 그룹 지배력 강화는 삼성물산 주주에게도 이익이 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합병의 주된 목적이 피고인(이재용)의 경영권 강화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검사가 합병이 삼성물산과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뿐만 아니라 삼성물산과 합병을 위해 제일모직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렸다는 검찰 주장도 인정하지 않고, 무죄로 판단했다. 이외에도 삼성 프로젝트G 문건이 경영권 승계 문건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법원이 사실상 검찰의 공소사실 일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 회장은 선고 이후 말없이 법원을 떠났다. 이 회장 변호인은 “법원 판결로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했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고 생각한다”며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무죄 선고로 검찰이 항소하더라도 이 회장과 삼성은 향후 항소심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 검찰이 이 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등 19개 혐의로 기소했음에도 법원이 모든 혐의에 대해 '증거 부족' 혹은 '혐의 없음'으로 판단한 만큼 검찰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의 리더십과 경영 행보가 조기 정상화됨은 물론 '뉴 삼성' 비전 실행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대내외 행보에 제약이 많이 줄어든 만큼 이 회장이 속도감 있는 전략적 경영 결단과 투자 등을 통해 삼성그룹 전체의 혁신과 사업 경쟁력 강화, 신사업 발굴 등 '초격차' 전략 실행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김신영 기자 spicyzer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