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미국 조지아 공장 내 포드용 배터리 생산라인을 현대자동차용으로 전환한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가 필요한 현대차와 포드 주문 감소에 따른 배터리 가동률 제고가 절실한 SK온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결과다.
5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조지아주 잭슨카운티 공장 일부 라인 개조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포드 전기차에 맞춰졌던 배터리 생산공정을 현대자동차에 맞게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SK온은 이를 위해 장비사들과 구매의향서(LOI)를 체결하는 등 구체적 작업에 돌입했다.
SK온은 조지아주에 2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두고 있다. 1공장은 9.8GWh 규모로 주로 폭스바겐 전기차(ID.4 등 MEB 플랫폼)에 공급되는 배터리를 생산 중이며, 11.7GWh 규모를 갖춘 2공장은 전량 포드에 공급된다. 2공장에서 만들어진 배터리는 포드 전기트럭 F-150 라이트닝에 탑재됐다.
SK온이 이번에 개조하는 건 2공장으로 파악됐다. 2공장 라인 일부를 개조해 현대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 사안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포드에서 원하는 배터리 셀과 현대차에서 요구하는 셀이 다르기 때문에 장비를 현대차 용도로 개조하기 위한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생산라인을 전환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라인 구축에 상당 금액이 투자되는 데다, 자동차 산업 특성상 부품은 장기 공급이 필요해 단기간 변경되지 않는다. SK온이 가동 2년이 갓 넘은 조지아주 공장에 변화를 주는 건 포드의 전기차 수요 부진과 북미 생산 배터리가 필요한 현대차의 수요가 맞물린 영향으로 알려졌다.
조지아 공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전기차 시장 둔화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11월 일부 직원에 대한 무급 휴직을 실시했으며, 이보다 앞선 9월에는 직원 3000명 중 일부를 정리해고했다. 주요 고객사인 폭스바겐과 포드 수요 부진 영향이 컸다.
여기에 더해 포드는 F-150 라이트닝 생산량을 대폭 줄이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예상보다 낮은 전기차 수요 때문으로, 포드는 SK온과 합작 설립키로 한 켄터키 2공장도 가동 시기를 당초 목표한 2026년보다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포드 영향으로 가동률이 떨어진 SK온은 대안이 필요했는데, 이를 현대차에서 찾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IRA 요건을 충족하는 배터리 수급이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미국은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를 대상으로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현대차와 SK온은 조지아주 바토우카운티에 연간 35GWh 규모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그러나 이 공장의 가동 목표 시점은 2025년 하반기로 최소 1년 반 이상이 남았다. 배터리 합작공장이 가동되기 전, 즉 북미산 배터리가 없는 상태에서 가동을 당긴 건 데, 현대차는 공백을 메우기 위해 SK온 조지아 라인 전환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미국 현지 생산을 시작하는 현대차가 SK온 조지아주 공장 배터리를 통해 보조금 요건을 충족하고 향후 합작공장에서 배터리를 본격적으로 수급하는 단계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아공장 라인 전환은 올해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이뤄질 전망이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