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상반기 반도체 불황 여파로 지난해 제조업 생산이 1990년대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하반기 반도체 수출이 개선되면서 12월 산업생산은 두 달째 증가하는 등 경기 회복세를 보였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산업생산 지수(2020년=100)는 110.9로 전년보다 0.7% 증가했다.
산업생산지수는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처음 1.1% 마이너스를 기록한 후 2021년 5.3%, 2022년 4.6% 증가세를 이어왔다. 지난해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이 부진하면서 증가 폭이 0.7%로 크게 둔화했다.
광공업 생산은 3.8% 줄었다. 작년 상반기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등 전자부품 불황으로 제조업 생산이 3.9% 줄어든 여파가 컸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6.5%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특히, 반도체 생산은 5.3% 감소하며 2001년 -15.3%를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소매판매 또한 승용차 등 내구재 판매는 소폭(0.2%) 늘었지만 비내구재가 -1.8%, 준내구재는 -2.6%를 기록하며 전년비 1.4% 줄었다. 2003년 -3.2%를 기록한 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감소세도 전년(-0.3%)에 이어 2년째 이어졌다.
설비투자는 기계류가 -7.2%로 큰 폭으로 줄었고, 자동차 등 운송장비에서도 소폭(-0.4%) 감소하며 5.5% 줄었다. 2019년(-5.6%)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다만, 12월 실적을 보면 하반기 반도체·자동차 생산이 되살아나며 산업생산이 0.3% 늘었다. 11월(0.8%)에 이어 두 달째 증가세다.
반도체 생산은 8.5% 늘며 전달(13.2%)에 이어 두 달째 증가세를 이었다. 반도체 재고는 4개월째 줄었고, 감소 폭(20.9%)은 2001년 12월 이후 22년 만에 가장 컸다. 제조업의 재고/출하 비율(재고율)은 107.7%로 전월비 8.6%포인트(P) 떨어졌다.
김귀범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작년 연간 산업활동은 연초 부진했던 제조업 생산이 3분기 연속 증가하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제조업 생산·수출 중심의 회복흐름이 뚜렷해지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정부는 제조업 생산·수출 중심의 경기회복 온기가 전 분야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도록 상반기 재정 신속집행 관리, 내수 취약부문 보완과제 발굴 등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