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도법 위반” vs “병원 방패로 쓴 테러리스트” 양측대립
의료진 복장과 히잡으로 위장한 이스라엘군(IDF)이 팔레스타인에 있는 병원에 잠입해 하마스 대원 3명을 사살했다고 30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이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국영통신 WAFA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 제닌에 있는 이븐 시나 병원에 이스라엘 특수부대가 침투해 현지 남성 3명을 사살했다.
작년 10월 7일, 가자지구를 중심으로 시작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군의 전쟁은 요르단강 서안까지 번졌다. 다만 이번 경우처럼 병원 내부에 침입해 사살하는 행위는 국제인도법상 금지되어 실제로 벌어진 적 없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된 병원 내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간호사 복장이나 히잡을 쓴 이스라엘 특수부대원 12명이 총을 들고 병원 내부를 누비는 모습이 담겼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격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사망자들이 모두 주요 테러 활동과 관여된 인물이라며 정당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사망자는 하마스 대원 모하메드 잘람네, 또 다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와 연계된 형제 모하메드와 바젤 알 가자위라는 것이다.
특히 하마스 대원 잘람네를 겨냥해 “그는 최근 중요한 테러 활동을 조장하는 데 관여한 인물”이라며 “지난해 10월 7일 대학살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테러 공격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가 이븐 시나 병원에 숨어있었으며 “병원을 은신처로, 환자를 '인간 방패'로 이용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사살 당시 그가 권총을 소지한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엑스(X · 옛 트위터)를 통해 CCTV 영상을 공유하며 “지난밤 제닌 난민촌에서 인상적인 작전을 펼친 IDF, 이스라엘 경찰의 해군 특공대원들을 칭찬하고 싶다. 이들은 3명의 테러리스트를 성공적으로 제거했다”고 말했다.
반면 하마스 측은 세 사람 모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들로 구성된 제닌 여단 전투원들이며, 이들은 지난 10월 제닌 묘지에서 발생한 로켓 폭발 사고로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번 공격을 비난하고 유엔 총회에 의료 센터와 응급 구조대에 필요한 보호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팔레스타인 외교부는 “이번 '범죄'는 점령군이 치료소와 직원들을 상대로 저지른 수십 건의 범죄 끝에 발생한 것”이라며 “국제법상 병원을 포함한 민간인 거주지는 일반적이고 특별한 보호를 제공받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논란이 일자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우리는 병원을 전쟁터로 만들고 싶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가자, 유대, 레바논, 사마리아에서 병원 지하의 터널 갱도와 터널이 있는 병원들이 테러의 은신처가 되고 테러범들이 무기를 보관하고 쉴 수 있는 곳이 되는 것이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공격이 국제인도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의료진과 민간인으로 위장하는 과정이 문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렐 사리 영국 엑시터대 법학과 교수는 CNN에 “작전에 참여한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복장을 했고, 적어도 일부는 의료진 복장을 한 채 무력충돌의 법 아래 보호를 누리고 있다”며 의료진으로 위장을 한 채 사살한 행동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