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해군의 차세대 함정으로 구성된 새로운 함대 구상인 '황금 함대(Golden Fleet)'를 공식화하며, 이 가운데 신형 프리깃함(호위함)을 한국 기업 한화와의 협력 아래 건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미 정상 간 합의로 추진돼 온 한국의 대미 조선업 투자 프로젝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가 내년부터 본격적인 추진 동력을 얻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별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주 미 해군이 새로운 급의 프리깃함 건조 계획을 발표했다”며 “그들은 한국의 회사와 함께 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당 기업을 “한화라는 좋은 회사”라고 소개하며, 한화가 필라델피아 해군 조선소에 50억달러(약 7조4천억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조선소는 한화가 인수한 필리 조선소를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곳은 과거 위대한 조선소였지만 오래전 문을 닫았고, 이제 다시 문을 열어 미 해군과 민간 기업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존 펠란 해군 장관과 함께 미 해군의 차세대 전력 구상인 황금 함대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새 함대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포함한 장거리 타격 능력을 갖춘 대형 구축함 여러 척과, 이보다 많은 수의 소형 호위함으로 구성된다.
현재 미 해군의 주력 전력은 알레이버크급 구축함(배수량 약 9천500t)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함정으로는 중국 등 경쟁국 해군력에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차세대 구축함은 배수량을 약 3만t 규모로 대폭 키우고, 전자기 레일건과 지향성 에너지 레이저 등 미래형 무기를 탑재할 수 있도록 설계될 예정이다.
해군은 2030년 첫 선체 인도를 목표로 조만간 공급업체 선정을 위한 경쟁입찰에 착수할 계획이다. 황금 함대에 포함될 호위함은 해안경비대가 발주한 레전드급을 기반으로 하며, 건조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HII)가 맡는다. HII는 생산 능력 확충을 위해 해외 조선사들과의 협력도 강화해 왔으며, 미 해군 역시 신규 조선소 개설과 기존 조선소 현대화를 추진 중이다.
이번 황금 함대 구상은 급속히 증강되는 중국 해군력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골든 돔' 차세대 방공망 구상과 마찬가지로, 황금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이 명칭에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비용 대비 효율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WSJ는 새 함대가 2차 세계대전 이후 노후화된 기존 함대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외형과 규모에 치중할 경우 성능 대비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크 몽고메리 전 미 해군 소장은 “새 호위함은 수직발사 시스템이나 이지스 방어체계를 갖추지 못해 전술적 활용도가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형 전함의 경우 한 척당 건조 비용이 5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며, “멋있어 보이는 배를 선호하는 대통령의 시각적 기조가 반영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김명선 kms@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