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만의 특별한 능력 '적외선 감지', 스마트폰 4K 영상으로 구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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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주토피아 2'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주토피아 2' 속 살무사 캐릭터 '게리'는 일반적인 동물이 볼 수 없는 이미지를 읽어내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는 영화 속 과장이 아닌, 실제 뱀의 능력이기도 하다.

절대 영도(섭씨 영하 273도) 이상의 온도를 가진 모든 물체는 전자기파를 방출한다.

인간의 눈은 가시광선 영역에 있는 짧은 파장의 전자기파만 감지할 수 있지만 뱀은 콧구멍 바로 옆에 있는 특수한 열 감지 기관 '피트 기관'(pit organ)으로 파장이 더 긴 적외선까지 감지할 수 있다. 뱀 중에서도 특히 살무사아과(Crotalinae)의 적외선 감지 능력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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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주토피아 2' 캐릭터 포스터.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단순히 감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뱀의 열 감지 기관은 얇은 막으로 덮여 있는데, 적외선이 막의 특정 부위를 가열하면 신경을 통해 '열 이미지'가 뇌로 전달된다. 적외선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중국 베이징 공업대학의 과학자들은 이 같은 뱀의 능력에서 영감을 받아 적외선을 4K(3840 × 2160 픽셀) 고화질 이미지로 구현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미국 과학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간은 열화상 카메라로 뱀의 피트 기관과 비슷한 탐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시장의 적외선 이미징 시스템은 가격이 비싸고 부피가 큰 냉각 자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휴대성이 제한된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과 소비자용 카메라의 핵심 부품인 표준 CMOS 실리콘 센서에 적용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베이징대 연구팀은 뱀의 피트 기관을 모방해 값비싼 냉각 장치 없이도 상온에서 4k 적외선 이미징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연구팀은 수은과 텔루륨 원자로 만들어진 미세한 나노 입자 '콜로이드 양자점'을 이용해 열 잡음과 암전류를 차단하는 장벽을 형성하는 동시에 신호 전달 물질이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극저온 냉각 없이도 단파장적외선(SWIR)과 중파장적외선(MWIR)의 감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표준 8인치 CMOS 웨이퍼에 통합될 경우 저렴하고 가벼운, 고성능의 4K 적외선 이미지를 눈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연구팀은 지난 8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라이트:사이언스 앤 애플리케이션즈'(Light: Science & Applications)에 게재한 논문에서 “적외선 영역까지 확장된 인공 시각 기술은 낮이든 밤이든, 극한 날씨에 관계없이 모든 기상 조건에서 작동할 수 있으며 산업 검사, 식품 안전, 가스 감지, 농업 과학, 자율 주행과 같은 새로운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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