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한 내실 경영 의지를 드러냈다. 바이오·메타버스·수소에너지·이차전지소재를 주력 사업으로 육성하는 한편 부진한 사업은 과감히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신 회장은 30일 보도된 일본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과거 호남석유화학(롯데케미칼의 전신) 상장 등 주식 상장과 편의점, 타사 주류 사업 매수 등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을 확대했지만 지금은 방침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크고 작은 회사 60곳 정도를 매수했지만 지금은 매수 뿐 아니라 매각도 일부 진행하고 있다”며 “몇 년을 해도 잘되지 않는 사업에 대해서는 타사에 부탁하는 것이 종업원에게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앞으로도 몇 개를 매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매각과 동시에 4개 신성장 영역을 설정해 주력 사업으로 교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구체적으로 △바이오 기술 △메타버스 △수소 에너지 △이차전지 소재를 장래 성장 사업으로 언급했다.
한국과 일본의 사업 환경 차이에 대한 견해도 드러냈다. 신 회장은 “일본과 한국의 사업 환경 차이는 인재의 유동성이라 생각한다”며 “일본에서는 '바이오 테크놀로지를 하겠다' 말해도 타사 인재를 끌어오기 어렵지만 한국에서는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은 일본적 경영을 해왔어서 외부 인재가 적었다”며 “새로운 분야는 새로운 인재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 지금은 전문 인재를 적극 채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6년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발 보복 조치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신 회장은 “한국 정부 요청으로 주한미군에 용지를 제공했다가 중국이 반발해 사업을 철수했다”며 “해외 사업은 아시아 신흥국 중심으로 해왔지만 앞으로는 지정학적 문제를 포함해 검토해 나가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의 경영권 다툼에 대해서는 “경영권 분쟁은 해결했다”며 “퍼블릭 컴퍼니(상장 기업)으로서 확실히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버지이자 롯데그룹 창업주인 고 신격호 명예회장에 대해서는 “아버지에게 '현장에 가서 눈으로 보라', '보고만 듣고 판단하지 말라'는 말을 항상 들었다”며 “사람은 습성 상 나쁜 정보를 전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사실은 어떤지 반드시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트 롯데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신 회장은 “과거 매출액으로 '아시아 톱10'을 내걸었던 때도 있었지만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이익과 고객 만족도도 포함해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웰빙을 관철해 물질적인 것은 물론 정신적인 것까지 포함해 행복을 추구해 나가겠다”며 “그래서 롯데를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