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패권경쟁의 패러다임이 지정학(地政學) 시대에서 기정학(技政學)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는 국가가 어떠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가 국가 안보와 동맹관계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을 필두로 주요국은 기술패권 경쟁에서의 우위 확보를 위해 각국마다 10~20개의 전략기술을 선정하여 국가적 차원의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우리 정부도 미래성장과 기술주권 확보에 초점을 두고 경제·외교·안보 관점의 전략적 가치를 최우선으로한 12대 국가전략기술 선정했다. 지난해 초에는 '제1차 국가연구개발 중장기 투자전략'을 통해 2030년 과학기술 5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국가전략기술 육성 의지를 표명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인재정책의 효율화·과학화를 위한 '국가전략기술 인재 확보 전략'을 발표했다.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기술 경쟁력은 결국 우수 인재 확보에서부터 비롯된다. 특히 인력난에 봉착한 전략기술 분야에서의 인재 확보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미 세계가 전략기술 인재 쟁탈전에 돌입했고, 국내외 주요 기업들은 초격차 기술 실현을 위한 핵심인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략기술 인재는 기술선도국에 대비 부족한 실정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 문제와 맞물리면서 인재의 양적 부족 문제를 질적 역량 향상으로 대체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간의 중심이 된 각 분야별 신규 인력양성 정책은 현 상황의 근원적 해결책이 되기에 한계가 있다. 국가전략기술 최고급 인재를 효율적으로 양성·활용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국가전략기술 인재 확보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각 부처별 소관기술 분야에 한정하여 분절적으로 인재를 양성해 왔던 기존의 체계에서 벗어나 특화연구소와 교육기관 지정·운영을 통해 여러 전략기술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는 공통 R&D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한정된 인적자원의 활용성 향상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다.
전략기술 연구인력의 R&D수행부터 고용까지의 흐름을 알 수 있는 데이터 분석체계 구축과 전략기술분야 직무분석도 인재 유출입 현황 및 인력수급 전망을 보다 세밀하게 파악, 향후 인재정책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연구기관과의 교류 기회 확대, 우수 외국인 석박사의 국내 정착 방안, 신진연구자 성장 지원 등도 전략기술 인재 확보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도 국가전략기술 인재 양성에 기여하고자 산·학·연과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출연(연) 및 공공연구기관, 중소기업,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반도체, 사이버보안, 우주 등의 온·오프라인 교육을 제공 중이며, 전략기술 연구자의 전문성과 융합 능력을 높이기 위한 학습조직 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도 KIRD는 전략기술 교육의 분야와 대상을 지속적으로 넓혀 나갈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R&D인력 풀 확대를 위한 이공계 대학(원)생 경력개발 지원, 외국인 유학생 국내 과학기술계로의 유입, 국제공동연구 활성화 등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러한 KIRD의 역할 확대는 '국가전략기술 인재 확보 전략'과 맞닿아 있다. 그 접점 간의 시너지 효과가 과학기술 5대 강국 도약이라는 목표 달성을 견인하길 희망한다.
배태민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원장 baetmin@kird.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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