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반도체 장비 기술 “최고 대비 60%”…발전 속도 점진적 하락 우려

국내 반도체 장비와 핵심 부품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 대비 6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 전에 비해 소폭 나아지긴 했지만 첨단 장비 분야에서는 외산 의존도가 높고, 기술 자립화를 위한 연구개발(R&D) 인력 부족으로 미래가 밝지 않다는 분석이다.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이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에 의뢰, 반도체 전문가 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 및 핵심 부품 자립화 기술 수준이 2023년 기준 5점 만점에 평균 2.97점으로 조사됐다. 현존 세계 최고 기술을 5점으로 뒀을 때의 평가로, 백분율로 따지면 59.4%에 그쳤다.

3점대는 중장기적으로 국산 기술이 해외 최고 수준의 기술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지만 우리나라는 여기에 미치지 못했다. 2점 이하는 사실상 대체가 불가능해 공급망 다변화나 기업 인수합병(M&A)으로 기술을 확보해야한다는 뜻이다.

국내 반도체 장비는 증착 기술이 3.74점으로 가장 높았고, 자동화 제어(3.51점), 세정 및 화학적기계연마(3.41점)이 뒤를 이었다. 반면에 노광 공정(1.38점), 도핑(2.44점) 등이 하위에 머물며 해외 선진 기술 대비 상당히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증착은 웨이퍼 표면에 얇은 막을 형성시켜 핵심 소자층이나 배선층을 만드는 공정이며, 노광은 회로를 형성하는 기술이다.

부품에서는 챔버 등의 온도를 높이는 히터가 3.16점으로 기술 수준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진공로봇(2.86점)과 터보 펌프(2.81점) 기술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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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반도체 장비 및 핵심 부품 기술 수준(2023년) - 5점 척도(Very High : 5점, High :4점, Middle : 3점, Low : 2점, Very Low : 1점) 자료 :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전체적인 기술 수준은 최초 조사가 시작된 2019년 2.25점 대비 소폭 증가했다. 그러나 미래 반도체 장비 및 핵심 부품 기술 발전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이 문제로 떠올랐다.

조사시점의 5년 뒤인 2028년 국내 반도체 업계 전문가가 전망하는 기술 자립화 수준은 3.56점이다. 현재 대비 0.59점 상승, 지난 5년 (0.72) 간 기술 발전 수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관계자는 “2028년 증착 장비 기술은 글로벌 수준에 상당히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체적인 글로벌 기업과의 격차는 지속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외 기업의 빠른 특허 확보와 국내 인력 부족으로 인한 R&D 역량 확보 한계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제조사와 장비·부품 업계 간 협력 생태계 구축을 주문했다. 가령 TSMC가 펌프 등 특정 부품을 네덜란드 ASML에 공급되도록 지원하는 협력 공급망 체제를 국내에 도입하자는 것이다.

반도체 장비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장비사도 역량있는 부품업체를 육성하고 반도체 제조사는 장비사를 키우는 생태계가 필요하다”며 “글로벌 장비 업체 대비 소프트웨어(SW) 등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데 정부 차원에서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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