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디지털 창세기]〈48〉웹툰 생태계는 디지털시대의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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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혁신과 공존의 신세계 디지털' 저자)

문구점에 딸린 작고 컴컴한 만화방을 기억하는가. 신간 만화에 심취해 있다가 밥 때를 놓치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현재 국내 만화산업 규모는 2조원을 훨씬 넘어서고 웹툰이 절반을 차지한다. 웹툰이 뭔가. 디지털로 제작되고 온라인, 모바일로 소비되는 만화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다. 기존 만화는 작가의 이야기 전개와 그림의 완성도가 중요했다. 웹툰은 여기에 음성, 음향, 영상 등 멀티미디어 기술을 넣어 표현력과 독자의 몰입도를 높였다. 기존 만화는 여러 장면이 담긴 페이지를 좌우로 넘기는 방식이어서 단조롭다. 웹툰은 스크롤 방식으로 장면 하나씩 아래로 넘긴다. 속도가 빠르면서 흥미를 더할 수 있다. 댓글을 통해 작가와 독자가 실시간 소통함에 따라 함께 웹툰 문화를 만든다. 탁월한 만화만 살아남던 종이 시대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웹툰으로 끌어들여 구현했다. 웹툰의 성공으로 2차적 저작물 제작도 늘었다. 웹툰을 토대로 영화, 드라마로 제작하거나 웹소설을 웹툰, 영화, 드라마로 제작한다. 반대로 영화, 드라마를 웹툰, 게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기도 한다. 호사다마일까. 웹툰의 인기에 비례하여 저작권 침해도 늘었다.

웹툰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아이디어 및 소재 고갈이라는 세계적 현상을 들 수 있다. 미국, 일본 중심의 멜로, 범죄, 추리, 마블, 액션, 타임머신 등 이야기 창출에 한계가 왔다. 실제 있을 법한 이야기에서 감동을 찾는 이야기도 더 이상 흥미롭지 않다. 진실인지가 중요하지 않은 시대다. 과학적 검증, 역사적 고증을 거치지 않은 이야기에도 감동과 재미가 있으면 마음을 연다. 가짜라도 진짜보다 더 깊은 '아우라'를 보여줄 수 있다. 선과 악 등 이분법적 대립구조가 식상해지면서 다양성과 차이, 다름에 대해 마음을 열고 있다. 정보화와 세계화에 따라 세계가 문화적으로 동조하는 현상도 있다. 다른 국가의 콘텐츠도 존중하고 재미와 감동이 있으면 마음을 연다. 지역적으로 소수만 관심을 갖는 콘텐츠라고 하더라도 세계 시장에서 매니아층을 확보하면 수익을 낸다. 인공지능 등 디지털 신기술과 결합하면 웹툰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다. K팝, 한류 콘텐츠 등이 서로 연계하여 동반 성장의 기회와 효과를 높였다.

위기는 뭘까. 미국 등 기존 콘텐츠 강국의 빅테크 플랫폼 기업이 자본과 기술로 무장하고 영화, 드라마 등 웹툰의 2차적 저작물 제작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웹툰 원작을 수입해 연구하고 활용한다. 여기서 글로벌 거대 자본에 우리 웹툰 등 콘텐츠가 종속될 우려가 있다. 시장 성장 초기에 부득이 착취의 감수, 허용된 착취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구조적인 고착은 안된다. 글로벌 동반성장의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

디지털시대는 신산업 기회뿐 아니라 성장 정체, 고용 감소 등 위기도 상존한다. 아이디어와 소재로 극복해야 한다. 국민 모두가 아이디어만으로 창작기회를 가져야한다. 화가로서 자질과 능력이 없어도 아이디어, 소재 발굴능력만 좋으면 인공지능 등 기술의 도움으로 새로운 장르의 창의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아이디어, 이야기를 잘 만들면 음악, 게임, 영화, 드라마, 출판, 공연, 캐릭터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할 수 있다.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도 특정 파트를 도려내(스핀 오프)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하나의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와 연결되는 것도 좋다. 특정 웹툰의 주인공이 다른 웹툰에서 조연이 될 수 있다. 가상인간으로 만들어도 재미있다. 웹툰 주인공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다른 출연자와 공연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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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작가 이소연 作

웹툰에서 배울 것이 많다. 모든 산업과 시장에서 아이디어, 스토리 산업을 키우자. 모든 국민이 주체고 혁신이 따로 없다. 웹툰 생태계는 디지털시대를 건너는 최고의 교과서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혁신과 공존의 신세계 디지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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